
[마이데일리 = 김희수 기자] ‘원조 노잼’ 차엘 소넨도 고개를 저을 정도의 그래플링 게임이었다.
차엘 소넨은 한때 UFC를 대표했던 레슬링 베이스의 파이터였다. 앤더슨 실바와 미들급에서 최고의 라이벌리를 만들며 흥행을 주도했고, 특유의 매콤한 입담과 센스로 팬들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스타일 자체는 그닥 팬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태클로 상대를 눕힌 뒤 그라운드 앤 파운드로 라운드를 따내는 전형적인 레슬러였다. 마이크가 없는 실전에서는 흔히 말하는 ‘노잼’ 파이터의 대표 격이었던 셈이다.
그런 소넨조차도 이번 UFC 322에 대해서는 혀를 내둘렀다. 소넨은 자신의 팟캐스트 ‘You’re Welcome! With Chael Sonnen’에서 UFC 322에 대한 리뷰를 진행했다. 방송 소개 문구부터가 의미심장했다. “우리가 지금껏 본 타이틀전 중 가장 지루했던 경기에 대한 내 생각을 전한다”는 소개 문구였다.
UFC를 대표하는 달변가 소넨은 신랄한 비판에 나섰다. 그는 “코메인 이벤트는 졸음의 향연이었다. 메인 이벤트는 더 큰 졸음의 향연이었다. 지루했다. 진짜 지루했다. 이렇게 지루한 UFC 경기는 본 적이 없다”며 발렌티나 셰브첸코-장 웨일리전과 잭 델라 마달레나-이슬람 마카체프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소넨은 자신의 과거 발언을 뒤집기까지 했다. 그는 “내가 지난 드리커스 뒤 플래시와 함자트 치마예프의 미들급 타이틀전 이후 여러분에게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드리커스가 치마예프에게 경기 내내 같은 방식으로 당한 뒤, 나는 이 팟캐스트에서 여러분들에게 이것은 이 스포츠의 일부고 우리는 치마예프의 기술을 이 스포츠에서 금지시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치마예프의 레슬링에 경기 내내 당하지 않도록 상대방이 준비를 더 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게 불과 세 달 전이다. 그런데 지금 내 기분이 달라졌다. 대체 왜일까”라며 레슬링 일변도의 게임을 두둔했던 과거의 자신을 부정했다.
다만 소넨은 마카체프와 셰브첸코가 준비해온 그래플링 게임 자체를 비판하거나, 그런 플랜을 인정하는 현 UFC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나는 지금의 시스템이나 그 시스템 안에 있는 선수들에게 뭔가를 항의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명확히 그었다. 그러면서도 “이번 UFC 322의 코메인-메인 이벤트는 좀 심했다. 챔피언의 퍼포먼스(델라 마달레나)뿐만 아니라 도전자(웨일리)의 퍼포먼스도 너무 심했다”고 힘줘 말한 소넨이었다.
소넨은 타이틀 방어에 실패한 델라 마달레나에 대한 비판도 가감 없이 날렸다. 그는 “잭 (델라 마달레나)은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잭이 주짓수를 많이 준비했지만, 주짓수 이론과 MMA 실전은 다르다. 주짓수와 달리 MMA에서 하위 포지션에 깔리는 것은 테크닉이 아니다. MMA에서는 무조건 일어나야 한다. 또 잭의 펀치들은 그닥 위협적이거나 효과적이지 않았다”며 델라 마달레나의 경기 플랜을 지적했다. 크레이그 존스 코치와 함께 주짓수를 중점적으로 준비했지만, 결국 그 준비 내용을 마카체프의 다스 초크를 방어하는 데에만 간신히 활용할 수 있었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래플링 게임 과정에서 UFC의 본질 중 하나인 쾌감과 재미를 충분히 만들지 못한 마카체프와 셰브첸코도, 상대의 플랜을 깰 수 있는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던 델라 마달레나와 웨일리도 UFC의 ‘핵이빨’ 소넨이 가하는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번 주에 치러질 카타르 파이트 나이트에 나설 아르만 사루키안과 댄 후커는 이들보다 재밌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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