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 리포트 ②] 정책은 많은데…남은 건 단기 알바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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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경력 한 줄 생겼지만, 다음 직장을 찾는 데 실질적 도움은 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3개월간 근무한 20대 A씨는 지난해 참여한 청년 인턴 사업을 이렇게 평가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 고용 확대를 내세우며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단기 계약의 반복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사업은 종류가 다양하다. 하지만 상당수는 3~6개월 가량의 단기 프로그램이다. 체험·인턴 형태로 분류돼 통계상 고용 증가로 잡히지만, 장기 고용이나 실제 경력 축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A씨 역시 계약 종료와 동시에 다시 구직 상태로 회귀했다.

A씨는 "인턴 기간 맡은 업무는 분명 도움이 됐지만, 계약이 끝나자 경력의 연속성이 끊겨버렸다"라며 "정책이 많아도 장기 고용으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없다는 게 가장 어렵다"라고 말했다.

◆전환율 높아도 '지속성' 없는 구조

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된 청년 일자리 창출사업 '청년 일경험 제도' 역시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직무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 아래 △인턴형 △프로젝트형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원형 △기업탐방형 등 다양한 유형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단기 근무 중심 운영 방식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운영 목적 자체가 '경험 제공'에 맞춰져 있다 보니 근로계약 기간이 짧은 편이며, 상당수 참여 청년은 일하는 동시에 다음 직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근무시간 또한 기업마다 제각각인 까닭에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더라도 생활을 유지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급 방식은 정부가 참여기업에 예산을 내려보내고, 기업이 이를 청년 근로자에게 임금 형태로 지급하는 구조다.

한 청년 고용 컨설턴트는 "지원금이 끝나면 고용도 함께 종료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일부 기업은 인건비 보전 목적까지 얹히는 경우도 있다"라며 "청년에게 남는 것은 이력서 한 줄뿐인 상황이 많다"라고 전했다.


지자체 사업에서도 문제는 반복된다.

서울시 경제정책실이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인턴 직무캠프' 참여자 184명 중 108명이 정규직 전환됐다. 전환률은 58.7%로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이는 특정 연도의 단일 프로그램에서 나타난 결과일 뿐이다. 정작 정책 효과를 평가하는 데 필요한 장기근속 여부나 경력 확장성 등 후속 지표는 제시되지 않았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전환율만으로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라며 "단기 고용이 반복되면 경험의 파편만 쌓이고 경력 경로를 설계할 기회는 축적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장기 근속 유인을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 역시 구조적 제약이 따른다.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년 이상 근속 유지율은 80.1%, 2년 이상은 64%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초기 근속 유지에는 일정 효과가 있으나, 임금 구조·기업 여건 등으로 장기근속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경기 침체기에는 중도 해지율이 30%대를 기록한 적도 있어, 제도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진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4.6%로 전년보다 1.0%p(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쉬었음' 인구는 40만9000명으로 증가했다. 정책 규모는 확대됐지만 청년 고용 안정망은 여전히 취약한 현실이다.


다만 모든 일경험 프로그램을 '단기 알바'로만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애초에 채용 연계형 인턴이 아니라 직무 체험·진로 탐색을 위한 경험형 프로그램이라는 취지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공공기관 인턴 경쟁률이 치솟는 현실에서, 인턴 경험을 쌓지 못했던 청년들에게 첫 현장 경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경력 공백의 어려움을 겪던 청년들이 일경험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 직무능력과 현장 감각을 얻었다는 사례도 확인된다.

지역 단위 장점도 있다. 지역 청년들이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지역 기업을 처음 접하고, 기업 역시 지역 청년을 만날 기회를 확보해 미스매치 완화 효과도 발생한다.

◆얕은 경험 반복되는 구조…제도 개선은 어디로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뚜렷하다. 

배치 가능한 직무가 제한적이고 대부분 3~6개월 체험에 그치다 보니 넓고 얕은 경험의 반복으로 귀결된다. 숙련 축적도 어렵고 장기 고용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낮다.

전문가들은 단기 경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직무 깊이·전문성·경력 경로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 일경험 프로그램이 직무를 직접 체험해봄으로써 경력 형성의 출발점을 마련해주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지금의 청년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직업에 대한 시야가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라며 "일경험 프로그램은 경력의 '첫 단추'를 끼우게 해주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하는 기업만을 바라보는 청년들 이면에는 집 안에만 머물거나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청년층도 많다"라며 "이들을 밖으로 끌어내 사회적 연결과 역할을 만들어주는 구조가 정책의 중요한 축이 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하반기부터 산업 기반 청년경력개발제를 통해 장기형 직무훈련과 멘토링 중심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이 사업 예산은 전체 청년고용 사업의 2% 미만에 그쳐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들은 여전히 사업 종료와 함께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정책이 단기 기회 제공에 머물 것이 아니라, 장기 근속·숙련 축적·직업 내 성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 규모가 확대됐지만, 청년들의 경력 경로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단기 경험이 쌓여도 이를 장기적 경력 사다리로 연결하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청년 고용의 근본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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