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학점 이수와 과목 선택에 따른 학업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조사 결과 고교생의 33.3%가 이러한 부담으로 자퇴를 적극 고민하고 있다고 응답해 교육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원3단체(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18일 전국 고등학생 1,6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학점제에 대한 학생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밝혀진 자퇴율과 달리 실제로 자퇴를 고민한 학생 비율은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나이스(NEIS)에 등록된 전체 고등학생 1학년 학생 42만3,793명 중 7,056명(1.7%)이 자퇴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3.5%가 자퇴를 적극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자퇴 고민 이유를 묻는 서술형 문항에서는 △내신 경쟁이 과도하게 치열해진 환경 △진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부담 △미이수 발생에 대한 두려움 등이 주로 언급됐다. 학생들은 “학생 수가 너무 적어 내신 경쟁이 심하다”, “선택과목을 잘못 골라 진로와 맞지 않아 자퇴를 고민했다”, “미이수를 받을까 두렵고 졸업이 어려워질 것 같아 차라리 검정고시가 낫다고 생각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교학점제는 3년 동안 총 19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한 구조로, 이 제도가 오히려 학생들에게 낙인과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조사에서 미이수 학생을 ‘공부를 못하는 학생’ 또는 ‘문제학생’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응답이 60.5%에 달했으며, 보충학습이 학습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5.3%에 그쳤다.
고1 학생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절반 이상이 ‘그렇지 않다’(전혀 그렇지 않다 26.3%, 그렇지 않다 27.1%)고 답했다. 이는 조기 진로 결정 구조가 실제 학생 상황과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목 선택 요인을 묻는 질문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드러났다. ‘진로(학업‧직업)’가 70.7%로 가장 높았지만 △적성‧흥미(45.4%) △내신 유불리(45%)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 진로가 확립되지 않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내신’을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사교육 의존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학점제 운영 과정에서 학원 및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학생이 70.1%에 달해, 고교학점제가 학생‧학부모에게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규모에 따라 개설 가능한 과목 수가 달라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80.9%가 ‘불공평하다’고 답했다. 학교 밖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 수업 등 대체수업 방식에 대해서는 ‘학교 일과 중 가능하다면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응답이 30.8%로 가장 높았지만, 온라인 수업이 교내 수업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본 학생은 32.6%에 그쳤다.
담임교사의 교과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에 불리하게 기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전체 학생의 61.4%가 이에 대해 걱정한다고 답했다.
선택과목 평가방식 개선 요구도 높았다. 일부 과목이라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2개 응답) 109.9%가 ‘찬성’을 선택했으며, 학생들은 △과목 회피 줄이기 △심리적 부담 완화 등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조사 결과 고교학점제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선택권과 성장 환경을 제공하기보다 △조기 진로 결정 압박 △과목 선택의 왜곡 △경쟁 심화 △사교육 부담 증가 △학교 간 격차 △정서적 불안정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는 교육적 효과는 낮고 낙인효과가 크고, 선택과목 평가체제 역시 학생의 진로 선택을 저해하고 있어 시급한 제도 개편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원 3단체는 국가교육위원회 및 교육부에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및 미이수제 전면 폐지 △진로‧융합선택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을 신속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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