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광주 김희수 기자] 고예림의 시즌이 비로소 제대로 시작됐다.
페퍼저축은행의 새로운 주장이 된 고예림은 시즌 초반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좀처럼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으면서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고, 후위 세 자리를 커버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렇게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1라운드를 보낸 고예림은 2라운드 두 번째 경기인 18일 현대건설전에서 마침내 날개를 펼쳤다. 시즌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고예림은 블로킹 1개‧서브 득점 1개 포함 14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공격 성공률도 42.86%로 높았다. 팀의 3-1(25-22, 19-25, 25-21, 25-10) 승리에 기여한 주장 고예림이었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실을 찾은 고예림은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경기였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기분이 더 좋다. 시즌이 시작하고 나서 후위 세 자리만 뛸 때는 리듬이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불안감이 좀 컸고 결과도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께서 계속 믿어주신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계속 리듬을 회복해왔고,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라고 승리 소감과 현재의 컨디션을 전했다.

고예림의 시즌 최고 활약이 나온 경기는 공교롭게도 친정팀인 현대건설과의 경기였다. 현대건설 이야기가 나오자 멋쩍은 웃음을 지은 고예림은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연습 때 준비하니까 그렇지는 않더라. 평소와는 조금 다른 마음이었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고, 그래서 더 움직이고 더 파이팅할 수 있었다”고 친정팀과의 승부를 준비한 마음을 돌아봤다.
이날 경기 승리로 페퍼저축은행은 광주에서의 무패가도를 이어갔다. 홈경기 5전 전승이다. 고예림과 선수들 역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고예림은 “조금은 의식하고 있다(웃음). 홈에서는 더 이기고 싶은 열정이 커지는 것 같다. 선수들끼리는 ‘이 무패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오늘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고 홈에서의 무패행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실 고예림과 페퍼저축은행의 출발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고예림은 상술했듯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으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고,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전 컵대회에서 전패로 탈락하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팀은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다른 팀으로 변모했고, 고예림도 2라운드부터 제 기량을 끌어내는 중이다.

고예림은 “컵대회 때는 팀 합이 잘 맞는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연습을 통해 지금은 팀워크가 정말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나가 됐다는 느낌이 크다”며 팀 반등의 열쇠를 팀워크의 향상으로 꼽았다.
팀워크의 향상에 주장 고예림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주장으로 선임되기 전 인터뷰를 통해 “주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주장이 된다면 잘할 자신이 있다. 언니들에게 보고 배운 대로 잘 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 고예림이다.
실제로 주장이 된 고예림은 어떻게 팀을 이끌고 있을까. 그는 “솔직히 주장으로서의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혼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팀원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고 있고, 또 잘 따라와 준다. 부담감 대신 책임감만 느끼면서 나아가고 있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벌써 멋진 주장이 된 모습이었다.

고예림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지금 팀 분위기는 너무 좋다. 하지만 그걸 막 티내지는 않는다. 올라온 자신감만 간직한 채, 그저 똑같이 하던 대로 열심히 하려고 한다. 지금 우리의 강점은 공격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랑 (한)다혜가 뒤에서 조금만 더 잘 버텨준다면 지금의 좋은 흐름을 잘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한다혜와 함께 팀의 궂은일을 도맡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또한 주장다운 멘트였다.
아직 11월도 다 가지 않았고, 시즌은 이제 막 2라운드가 시작됐을 뿐이다. 남들보다 출발이 조금은 늦었더라도, 훗날 멋진 결실을 맺기에는 충분한 시작의 시기다. 캡틴 고예림도 그렇게 더 값지고 화려한 시즌 끝의 결실을 맺기 위한, 아주 조금 늦은 시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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