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내년 초 신한·우리·BNK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연임 여부가 연말 금융권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는 가운데 진옥동·임종룡·빈대인 회장의 임기 공과가 시험대에 올랐다.
‘마지막 성적표’라 할 수 있는 3분기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달성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관건은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금융사고, 정치권 이슈, 차기 회장 선출 준비 과정에서의 불공정성 등이 손꼽힌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금융당국의 금융그룹 회장 연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연임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쟁점으로 떠오른다.
17일 금융업계 따르면 신한·우리·BNK 금융지주 이사회가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9월 26일 경영승계절차 개시 스타트를 끊으며 ‘투명한 선임’을 기조로 세웠다. 다음 달 28일 우리금융 이사회도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절차를 통해 ‘그룹 도약을 이끌 최적의 리더’로 선임 가이드라인을 잡았다. BNK금융은 경영승계절차 시작일을 지난달 2일로 일찌감치 잡았으나 개천절과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회장 후보 등록 기간이 6일 밖에 되지 않아 ‘늑장공지’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 M&A부터 건물 매각까지…임기 최대 실적 ‘연임 청신호’
올해 신한·우리·BNK 금융그룹은 과거에는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던 역대 최대 순이익을 찍었다. 진옥동 회장은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연결순이익이 4조4609억원으로 집계, 연간 순이익 5조원 첫 진입이 확실시되며 실적 면에서는 연임에 한발짝 나아간 형국이다.
다만 비은행부문 순익 기여도 감소는 아쉬운 대목이다. 신한금융의 비은행부문 비중은 2021년 말 42%까지 올라섰다가 지난해 말 24%까지 대폭 줄었다. 올해 2분기와 3분기 각각 30.3%, 29.4%로 집계되면서 올해 비은행 기여도는 30% 내외로 예측, 1년 전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비율도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고환율과 대출자산 성장 등에 전분기 대비 0.06%포인트(p) 하락한 13.56%로 집계됐지만, 전년동기 대비로는 0.39%p 상승한 수치로 견고한 재무 펀더멘털을 유지했다. 신한금융은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를 목표(2025년 목표 42%)로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대내외적으로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보험사 인수합병(M&A)으로 우리금융의 숙원이었던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완성했다는 점과 임기 내 분기 기준 순이익 ‘1조 클럽’ 첫 진입, 지난해는 연간 순이익 ‘3조 클럽’에 재진입했다는 점이 힘을 싣는다.
CET1 비율 적정 관리도 임 회장이 실적 성장뿐 아니라 재무건정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CEO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1년 전 우리금융 CET1 비율은 11.95%로 12%에도 도달하지 못했지만, 올해 3분기 CET1 비율은 12.92%로 전년동기 대비 약 1%p 상승, 13%에 근접해 있다.
고환율 상황에서 달러 표시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환산액 증가와 더불어 보험사 M&A로 인한 회사 비용 증가로 CET1 비율이 끌어내려질 여지가 있었음에도 자본 비율 관리 역량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도 실적으로만 놓고 볼 때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손색이 없다. BNK금융 3분기 누적 연결순이익은 77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으로 냈다. 3분기 비이자부문 이익 확대(+419억원)와 대규모 충당금 환입이 실적을 견인했다. 또, 2분기 빌딩 매각 등 대규모 일회성 이익 영향 올해 역대 최대순이익이 전망된다.
빈 회장은 순익 성장 가도를 달리면서도 자본적정성 개선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CET1비율은 12.59%, 전분기 대비 0.03%p 상승했다. RWA 관리 강화와 실적 증가에 따른 것으로, 주주환원율 50% 목표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한·우리·BNK 금융그룹 3사 회장의 연임 의지가 적지 않은 상황인데다, 최대 실적 등으로 내부적으로도 연임 기대감이 크다”고 귀띔했다.

◇ 내부통제 실패…최대 실적에도 ‘살얼음판’ 걷는 금융권
최대 실적에도 금융권이 연임 이슈로 살얼음판을 걷는 이유는 공(功)에 필적하는 과(過) 때문이다. 진 회장도 내부통제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약 1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이에 진 회장은 주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내부 통제를 되짚고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
신한은행이 ‘김건희 집사 게이트’에 연루돼 있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지난 2023년 신한은행은 김 여사의 ‘집사’ 김예성씨가 설립한 IMS모빌리티에 30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 현재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임 회장도 내부통제 미흡이 연임 평가에 부담되는 항목이다. 임기 내 발생한 우리은행 직원의 178억원 규모 회삿돈 갈취(2023년)를 비롯해 지난해 8월 드러난 350억원 규모 손태승 우리금융 전 회장의 친인척 부정대출이 여전히 꼬리표로 붙어있다. 당시 임 회장은 부정대출을 인지한 직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으면서 사고 은폐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달까지도 우리은행은 금감원으로부터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배치 및 명령휴가 등 인사관리 내부통제 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받았다. 금감원은 5건의 개선사항을 우리은행에 통보, 행정지도를 내리기도 했다.
해외 현지 법인에서 연이어 불거진 금융사고도 임 회장의 내부통제 평가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에서는 올해(1~8월)만 발각된 부정 대출 규모가 1119억원으로 집계됐다.
빈 회장은 차기 회장 선출과정에서의 공정성 이슈가 연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BNK금융은 경영승계절차 공지이후 영업일 기준 일주일 정도 되는 기간에 회장 비전과 경영 목표 등을 담은 상당 규모의 발표 자료를 제출하게 하면서 후보자들에게 원성을 샀다.
해당 논란으로 민주당 의원들은 빈 회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상황과 절차적으로 특이한 면들이 많이 보여 계속 챙겨 보고 있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BNK금융지주는 차기 회장 1차 후보 롱리스트를 지난주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좀더 내부 검토를 벌이는 등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금융 CEO 연임 앞두고…당국 내부통제 강화 방침
연임 절차에 대한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시선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이른바 ‘셀프 연임’ 관행에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통해 CEO 임기 종료 최소 3개월 전에 승계 절차를 시작하고, 외부 후보자에게도 평가 방식과 시기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공정성을 확보하라고 권고했다.
이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21일 국정감사에서 “일부 지주 회장들이 이사회에 측근을 심어 방어막을 구축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며 “연임이나 3연임에 관련해서는 내부통제를 조금 더 강화하는 방침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도 금융지주 수장의 연임에 변수다. 정권 교체 시기마다 주요 금융지주 수장이 한꺼번에 교체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윤석열 전 정부 초기에는 신한·우리·농협·BNK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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