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혐오의 언어가 걸린 거리, 광주의 품격을 무너뜨린다"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광주 도심 주요 관문에 중국 혐오 문구의 현수막이 난립하자 박병규 광산구청장이 "혐오의 정치가 공동체의 품격을 해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행정의 규제보다 시민의 성숙한 판단과 공공언어의 품격 회복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광산구에서 서구 방향으로 극락교를 건너면, 매번 눈에 띄는 현수막이 있다. "시진핑 '장기이식으로 150세' 실종자 급증 장기매매 몸조심"이라는 문구가 적힌 이 현수막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넘어 불안을 안긴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러한 중국 혐오 문구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걸리는 현실을 비판하며 "정치의 언어가 혐오의 언어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청장은 "극락교 인근은 수많은 시민이 출퇴근하며 오가는 광주의 관문인데, 이곳이 혐오와 왜곡의 문장으로 덮여 있다"며 "단순한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품격과 민주주의의 건강성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 확인조차 되지 않은 내용을 정치적 의도로 포장해 유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회적 폭력"이라고 직설했다.

이 같은 현수막은 특정 국가나 집단에 대한 적대감을 조장하는 형태로, 혐오를 일상 공간에 상시 노출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박 청장은 "행정이 법적 한계 때문에 신속히 철거하지 못하는 사이, 시민은 혐오와 불신의 언어에 매일 노출되고 있다"며 "이것은 단지 현수막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어느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지 묻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그는 혐오가 확산되는 구조적 배경으로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분열을 꼽았다. "젊은 세대 일부에서 나타나는 냉소적 극단주의는 좌절감과 박탈감의 결과"라며 "혐오와 허위는 불안한 마음을 자극하고, 빠른 확산이 가능한 미디어 환경은 사실과 의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 청장은 이러한 상황을 단순히 규제나 단속으로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나치즘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시민의 정치적 판단력을 키우는 교육을 제도화했다"며 "우리 사회도 사후 규제보다 시민이 스스로 분별하고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 해법으로 '시민 역량 강화'와 '공공언어의 품격 회복'을 제시했다. "혐오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이 감정적 언어에 휘둘리지 않고, 허위와 자극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청년에게는 사회적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와 경제·사회적 안전망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박 청장은 광산구가 추진 중인 '지속가능 일자리특구 조성', '동미래발전계획', '청소년 토론 한마당' 등을 예로 들며 "시민이 참여를 통해 공공의 문제를 논의하고, 타인을 설득하는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거리의 언어가 품격을 잃으면 사회의 품격도 함께 무너진다"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되, 혐오와 왜곡을 통한 정치적 이득은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혐오의 정치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시민의 의지가 곧 지역의 품격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힘"이라는 박병규 구청장의 말은, 단순한 현수막 논란을 넘어 민주주의의 방향을 묻는 경고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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