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조예원 인턴 기자] 팬의 사인 요청, 셀카, 가벼운 대화까지는 괜찮지만 몸에 손을 대거나 말을 놓는 등 선을 넘는 순간 불쾌함이 시작된다. 방송 속에서 '인사 잘하는 연예인', '친근한 이미지'가 호감 요인으로 소비되는 사이, 연예인들은 어느새 '친근해야만 하는 사람'이 됐다.
최근 방송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왔다.
지난 8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304회 '인기 없는 사람들의 모임' 편에서 정준하, 김광규, 허경환은 팬들에게 겪었던 무례한 경험을 털어놨다.

정준하는 "가게에서 지인과 밥을 먹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백허그를 했다. 아는 사람인 줄 알고 돌아봤는데 모르는 분이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당황해서 '뭐예요?'라고 하니 '팬인데 껴안으면 안 돼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팬이면 껴안아도 돼요?'라고 되물었다"고 말했다.
허경환은 "사진 한 번 찍자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뒤에서 핸드폰이 들어오더라"며 "손가락으로 막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광규 역시 "저는 껴안는 건 괜찮은데 머리를 많이 만진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외에도 일부 연예인들은 인사를 하지 않았거나 표정이 무뚝뚝했다는 이유로 '태도 논란'에 휘말리기도 한다. 특히 예능의 표현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연예인은 늘 밝고 친근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고 이를 기본값으로 만들었다.

방송 포맷과 소비문화가 만들어 낸 친근함의 상품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예능 프로그램은 반복 노출과 클립 소비를 통해 출연자의 이미지가 친숙하게 각인된다. 정준하의 경우 <무한도전>, <거침 없이 하이킥>처럼 장기간 회자되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오랜 친구 같은 이미지'로 인식되어 왔다. 시청자들은 이처럼 자주 접하는 연예인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방송에서 인사와 리액션이 곧 '프로페셔널함'의 척도처럼 여겨지는 것도 문제다. SNS의 발달로 연예인들의 사적 일상이 공개되면서, 대중은 그들을 '항상 접근 가능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 같은 심리는 '나와 가까운 사람'이라 착각하는 파라소셜(parasocial) 관계로 이어지며, 팬과 연예인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파라소셜'은 옆을 의미하는 접두사 'para-'와 사회적이라는 뜻의 'social'이 결합된 단어다.
"대중의 사랑으로 존재하는 직업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느냐"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연예인들도 일터 밖에서는 평범한 개인이다.
사진을 찍어주지 않는다고 '비싼 척한다', '싸가지 없다'며 비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시선은 팬심이라기보다 '소비자'의 관점에 가깝다. 예컨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빈은 과거 놀이공원에 지인들과 방문했다가 무단촬영하는 사람들로 인해 지인들의 얼굴도 함께 찍히고, 사람이 몰려 불편함을 느끼고 자리를 떠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공공장소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연예인의 존재로 인해 혼란이 예상될 때, 개인적인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팬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와 그렇지 않은 장소는 분명히 다르다.
친근함은 관계의 시작일 수 있지만 강요된 친근함은 또 다른 부담이 된다.
진정한 팬이라면 좋아하는 연예인을 아끼는 마음으로 사적인 상황에서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거절당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연예인도 사람이기에 타인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거나 카메라를 들이대는 행동은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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