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아, 행동주의 ‘압박’에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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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IT 인프라 기업 가비아 지분 보유목적을 변경해 주목을 끌고 있다. / 가비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IT 인프라 기업 가비아 지분 보유목적을 변경해 주목을 끌고 있다. / 가비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IT 인프라 기업의 대표주자로서 국내 그룹웨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비아가 내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사롭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최근 본격적인 행동을 예고하며 주목을 끌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가비아를 향해서도 발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창업주의 지배력이 공고하지 않고, 지분구조도 복잡하게 엉켜있다는 점에서 가비아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 지분 늘린 미리캐피탈, 발톱 드러낸 얼라인… 가비아의 앞날은

지난달 말, 지분을 보유 중인 기업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행동을 예고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는 얼라인은 가비아와 관련해서도 의미심장한 공시를 했다. 지난달 28일 ‘주식 등의 대량 보유상황 보고서’ 공시를 통해 보유 중인 가비가 지분이 종전 8.04%에서 9.03%로 늘었다고 알리는 한편, 보유목적을 변경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가비아 지분 8.04%를 사들이며 이를 공시했던 얼라인은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명시한 바 있다. 이번에 변경한 보유목적은 ‘경영권 참여’다. 이는 주주로서 보다 본격적인 행동을 예고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경영권 분쟁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얼라인은 비슷한 시기 가비아 외 다른 지분 보유 기업에 대해서도 같은 변화를 단행했다.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정기주총 시즌에 맞춰 준비에 착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비아는 창업주인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공고하지 않은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들이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 가비아
가비아는 창업주인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공고하지 않은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들이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 가비아

가비아를 둘러싼 여러 상황들을 살펴보면, 얼라인의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예사롭지 않다. 

우선, 가비아는 현재 최대주주인 창업주의 지배력이 공고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창업주인 김홍국 대표가 보유 중인 가비아 지분은 18.3%이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26%에 못 미친다. 

이런 가운데, 가비아는 얼라인 뿐 아니라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미리캐피탈매니지먼트(이하 미리캐피탈)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리캐피탈은 2023년 처음 공시의무가 발생하며 가비아 지분 보유 상황이 공개됐고, 이후 꾸준히 지분을 확대해왔다. 급기야 지난 9월을 기해서는 김홍국 대표를 넘어 단일 1대주주 자리를 꿰찬 바 있다. 

미리캐피탈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달 말 기준 23.96%까지 보유 지분을 추가 확대하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김홍국 대표의 지분에 바짝 다가섰다. 얼라인이 보유 중인 지분과 합하면 김홍국 대표 측 지분을 훌쩍 뛰어넘는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매니지먼트앤리서치(이하 피델리티)도 가비아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달 상당한 규모의 처분이 이뤄지며 보유 지분이 2.62%까지 낮아졌고, 보유목적도 ‘단순투자’지만, 가비아 입장에선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은 향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예상하기 어렵다. 단일 최대주주인 미리캐피탈은 아직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유지 중이고, 얼라인도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공개적으로 꺼내들지 않은 상태다.

앞선 사례들을 살펴보면, 행동주의 펀드는 본격적인 행동에 앞서 물밑 소통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하면 각종 조치에 나서곤 한다. 얼라인과 가비아도 우선은 서로의 뜻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쟁점은 주주친화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비아는 뚜렷하고 꾸준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오며 지난해 연간 매출액 2,824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도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신사옥 건립 등의 여파로 보수적으로 운용해온 차입이 늘긴 했으나 재무적인 측면 역시 안정적인 모습이다. 특히 가비아는 올해 상반기 기준 1,534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비아는 배당에 인색한 모습을 이어왔다. 최근 3년간 현금배당성향이 4.3%, 6.5%, 7.1%로 소폭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코스닥 평균엔 크게 미치지 못한다. 행동주의 펀드는 가비아의 이러한 행보를 정조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으로 발톱을 드러낸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가비아의 변화로 이어지게 될지, 복잡한 지분구조 속에 본격적인 분쟁이 벌어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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