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쿠팡 겨냥한 ‘새벽배송 금지’ 주장 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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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주차장에 주차된 쿠팡 배송트럭 모습. /뉴시스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새벽배송 제한을 요구하는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주장이 소비자와 산업계, 소상공인은 물론이고 쿠팡노조까지 모두 반대하는 구도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 쿠팡노조는 "지금의 새벽배송 금지 주장은 쿠팡노조가 민주노총 탈퇴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고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10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쿠팡노조는 지난 2023년 정치적 활동이 아닌 조합원을 위한 실질 활동에 집중하겠다며 조합원 93% 찬성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당시 탈퇴 사유로 ‘민노총식 강경투쟁 노선과 현장 괴리’를 꼽았다. 이후 쿠팡노조는 독립 노조로 활동 중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지난달 22일 열린 택배 분야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이른바 ‘초심야 시간대’ 배송을 제한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택배노조는 “택배기사 평균 근로시간이 12시간을 넘나들며, 과도한 심야노동으로 수면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건강권 보호와 지속가능한 배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제암연구소(IARC)가 야간노동을 ‘그룹 2A(인간에 발암 가능성이 있는 요인)’로 분류했다는 점과 노조 자체 집계 기준 2019년 약 10.1%였던 택배기사 야간 재해율이 2023년 19.6%로 증가했다는 통계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쿠팡노조는 이러한 민주노총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쿠팡노조는 7일 성명에서 "조합원의 일자리를 빼앗는 주장을 노동조합이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대다수 야간 배송 기사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만이 이를 고수하는 것은 그들의 조합 내 야간 배송기사 비율이 극히 낮기 때문에 나머지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의미로 보일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러자 택배노조는 전면 금지가 아니라 특정 시간대 제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만 배송을 제한하고, 신선식품·의약품 등 필수품목은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이다. 또 교대제 도입과 분류 인력 확충, 연속 11시간 휴식시간 보장 등 근로환경 개선안을 병행하자는 입장이다.

반면에 업계 안팎에서도 민주노총의 제안을 사실상 ‘새벽배송 금지’로 인식한다.

대형 유통사의 물류 시스템은 대부분 ‘자정 이후 피킹(상품 집하)→상차→배송’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 주요 업체들은 “심야 물류가 멈추면 전체 공급망이 흔들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 등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새벽배송은 단순한 편의 서비스를 넘어 일상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새벽배송 시장은 2015년 4000억원에서 지난해 11조8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에 따르면 새벽배송과 주 7일 배송이 중단돼 택배 주문량이 40% 줄 경우, 소상공인 매출은 18조3000억원 감소하고 이커머스 업체 매출까지 합치면 경제적 손실이 5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경기도 남양주시 쿠팡CLS 물류캠프에서 택배기사들이 상하차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통업계와 소비자단체도 한목소리로 생활 서비스 붕괴를 경고한다.

온라인쇼핑협회는 성명에서 “야간배송이 중단되면 물류센터 분류, 간선운송, 거점 이동 등 전 과정이 연쇄 지연돼 산업 전반의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며 “야간노동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는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도 새벽배송 제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배송 지연이 곧 매출 하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내수 부진 속에 온라인 판매로 겨우 활로를 찾던 소상공인들에게 새벽배송 금지 논의는 생존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택배노조는 즉시 이 같은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 위탁 택배기사 1만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2405명 중 93%가 심야배송 제한에 반대했다. 반대 이유는 △교통 혼잡이 적다(43%) △수입이 높다(29%) △낮 시간대 개인 일정 활용이 가능하다(22%) 등이었다.

CPA는 “노동자의 해고는 '살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심야 배송 택배기사들을 사실상 해고하려고 한다”며 “심야 배송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를 폐지해야 할 판”이라며 민주노총의 제안을 비판했다.

전세버스 업계도 민노총 주장에 반대 입장을 냈다. 안성관 전국전세버스생존권사수연합회 위원장은 “야간 물류 근로자의 출퇴근을 책임지는 전세버스 업계의 생존 기반까지 붕괴될 수 있다”며 “서민 생계를 위협하는 새벽배송 중단 논의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전세버스 업계 추정에 따르면 쿠팡 야간 물류현장에 투입되는 통근버스는 약 1000대, 컬리·CJ대한통운 등 타사 통근버스는 약 800대에 달한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4일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동계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하기보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의 요구는 0시부터 5시까지 초심야 노동을 원칙적으로 제한하자는 것이며, 소비자 단체와 산업계 등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노동환경 개선은 필요하지만 민주노총이 산업 구조와 소비자 현실을 외면한 주장은 스스로 고립을 부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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