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뜨겁고 단단한 홍경의 성장 

시사위크
배우 홍경이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로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입증했다. / 넷플릭스
배우 홍경이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로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입증했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매 작품 새로운 얼굴로 청춘의 면면을 보여준 배우 홍경이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로 또 한 번의 확장을 이뤄냈다.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으로 분해 그 시절 출세를 향한 야망을 품은 청년의 얼굴을 자신만의 색깔로 단단하면서도 뜨겁게 그려낸 그는 “이 인물이 가진 뜨거움, 쟁취하고자 하는 야망에 강하게 끌렸다”며 캐릭터에 다가간 과정을 떠올렸다. 

홍경이 열연한 ‘굿뉴스’는 1970년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넷플릭스 영화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길복순’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돼 일찌감치 호평을 얻었고 지난달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정식 공개된 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흥행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극 중 홍경은 고난이도의 ‘랩컨(레이더 관제 시스템)’ 시험을 통과한 공군 엘리트이자 출세를 향한 야망이 있는 원칙주의자 서고명을 연기했다. 고명은 자신의 상식을 깨부수는 수상한 인물 아무개(설경구 분)의 제안으로 하늘 위에 떠 있는 여객기를 지상에서 다시 하이재킹해야 하는 기상천외한 작전에 휘말리게 되는 인물이다.

홍경은 인물의 양가적인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단단한 눈빛 속 미묘한 흔들림으로 인물의 균열을 세밀하게 포착했다는 평이다. 한층 깊어진 연기 내공을 증명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홍경은 캐릭터 구축 과정부터 연기에 중점을 부분, 변성현 감독과의 작업, 설경구·류승범과의 호흡까지 ‘굿뉴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엘리트 중위 서고명으로 분한 홍경. / 넷플릭스
엘리트 중위 서고명으로 분한 홍경. / 넷플릭스

-영화제에서도 그렇고 공개 후 반응이 좋다. 기분이 어떤가. 

“재밌다, 좋았다’는 말을 진심을 담아 해주시더라. 그런 반응이 정말 좋았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한 믿음과 확신은 처음부터 있었다. 재밌다가도 씁쓸하고 웃다가도 뭉클한 구석이 있는 다채로운 작품이라서 관객들이 그런 감정을 골고루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영화는 재밌고 즐거워야 하지만 언제나 좋아했던 작품들이 그 이면에서 한번쯤 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마치 ‘굿뉴스’처럼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다. 그런 작품을 늘 꿈꿔왔다. 또 블랙코미디도 있고 여러 요소가 작품 안에 담겨 있지만 가장 매혹이 된 것은 고명이라는 젊은이였다. 이 친구가 궁금했고 그가 가진 뜨거움이나 쟁취하고자 하는 야망 같은 게 굉장히 강하게 끌렸다.” 

-서고명이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다. 관세사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전문 용어라든지 언어적인 부분이라든지 외피적으로 그런 걸 많이 준비했고, 원래 내가 조금 마른 체형이라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몸을 조금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하셔서 외형적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준비를 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려고 했다. 고명은 야망이 먼저 앞서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윤리적인 것 앞에서 고민하게 된다. 이런 순간마다 그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이 뭘까를 계속 생각했다. 리딩 때도 그렇고 현장에서도 그렇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을 많이 시도해 나갔다.”

홍경이 캐릭터 구축 과정을 떠올렸다. / 넷플릭스
홍경이 캐릭터 구축 과정을 떠올렸다. / 넷플릭스

-영어와 일본어 대사도 많았다.

“큰 어려움은 없었다. 준비기간이 짧았으면 잘 못해낼 수 있는데 프로덕션이 4~5개월이나 있었기 때문에 이걸 못한다 그러면 큰일 나는 거니까 도망갈 곳이 없었다.(웃음) 덕분에 잘 준비할 수 있었다. 일본어는 한국인으로서 일본어를 하는 거니까 어느 정도 포용할 수 있었다. 나보다는 (김)성오 선배가 훨씬 더 유창하게 구사해야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많은 노고를 쏟은 걸로 알고 있다.”

-과하고 과장된 표현을 하는 캐릭터들 사이 서고명은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연기 톤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변성현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우리 영화가 다채로워 보이는 이유는 선배들이 에너지를 다양하게 내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고명이 이 영화의 심장’이라고 하셨다. 이 인물이 가진 야망이나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들이 되게 솔직한 감정이잖나. 어떻게 해야 그런 감정들을 관객이 보기에 납득 가능하게 할까에 대해 되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이 최대한 땅에 붙여 놓길 바랐고 어떤 상황 안에서 벌어지는 상식 밖의 행동들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정확히 받아서 솔직하게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주로 하셨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되게 웃긴 말인데 그렇게 어려운 게 없었다. 자신 있다는 말이 아니라 모든 신이 어렵지만 그 어려움이라는 게 재밌는 요소로 다가왔다.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 4~5개월 정도 있었는데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풍요로웠다. 그런 배려 덕분에 겁에 질려서 하지 않아도 됐다. 또 (설)경구 선배나 (류)승범 선배, (전)도연 선배 그리고 우리 영화에 나오는 나보다 훨씬 인생 경험과 커리어가 많은 분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을 때 두려움보다 설렘이 굉장히 컸다. ‘이것은 내가 찾던 인생의 기회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되게 설렜고 나도 모르게 몸이 돌고 있고 동력이 돌고 계속 불타올랐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홍경. / 넷플릭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홍경. / 넷플릭스​

-그럼 반대로 어떤 재미를 느꼈나. 

“우선 고명이라는 친구에 대한 애정과 마음이 너무 컸다. 어떤 캐릭터든 나와 닮은 면이 있고, 닮지 않은 면도 있는데, 이 친구가 가진 뜨거움이나 야망이 내 안에도 있거든. 그런 점들에 있어서 먼저 신이 났다. 누구나 꿈을 꾸고 ‘뭐가 될 거야’라고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어떤 걸 뜨겁게 사랑하고 애정을 갖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에너지가 있다. 고명에게서 그런 걸 봤다. 내게도 정확히 뭐라고 짚을 수는 없지만, 내가 하는 일에 있어 그런 열정이 있기 때문에 동질감을 느꼈다. 굉장히 큰 연대 의식을 느꼈다. 시대는 다르지만 그게 제일 크게 와닿았다. 

두 번째로는 현장에서 선배들이 어떻게 준비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어떤 시도로 프레임을 채워나가는지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작업을 하면서 오는 가장 큰 설렘이었다. 저희 세대 배우들과 연기할 때 오는 뜨거움도 좋지만 선배님들과 함께하며 느낀 에너지가 정말 컸다. 어떤 작품을 하든 모든 걸 쏟아붓는 건 늘 같지만 이번엔 유난히 뜨거운 현장이었다. 선배님들이 가진 경험과 깊이를 보면서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선들이 존재한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현장에서 나도 모르게 배워나간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다. 그런 것들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

-변성현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처음부터 끝까지 후반 작업에도 불러주셔서 옆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건 정말 치열하고 지독하게 이 작품에만 몰입하는 분이라는 거였다. 가진 모든 걸 쏟아붓는 분이다. 그런 철저한 준비를 하고 현장에서는 굉장히 유연하다.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이런 것들을 굉장히 빠르고 명확한 판단력으로 수용하고 그에 맞게 영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스타일이다. 리딩 때와 현장에서 표현되는 게 다를 때도 있잖나. 그걸 유동적으로 활용하면서 사람 자체를 만들어 나가는 느낌이다. 굉장히 뜨겁고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느꼈다.”

-새롭고 신선한 시도가 많았던 작품이다.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는데 객관적일 순 없겠지만 관객의 시선으로 본 ‘굿뉴스’는 어떤 작품이었나. 몇 번 봤는지도 궁금한데.

“좀 많이 봤다. 후반 작업할 때도 그렇고 영화를 좋아하는 걸 아니까 감독님이 불러 주셔서 그런 것까지 합치면 많이 봤다. 토론토에서도 봤고 부산에서도 봤고 요즘 집에서도 TV를 틀어 놓고 나온다. TV가 열심히 일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넷플릭스를 틀어 놓고 나온다.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웃음) 이 작품은 블랙코미디라는 게 제일 눈에 띄는 장르적 특성이지만 내게는 어떤 ‘위로’가 있었다. 꼭 위로의 말을 건네야지만 위로가 아니라 ‘나도 저런 걸 느꼈는데’ 하는 연대 의식 같은 것들이 있잖나. 세대를 막론하고 고명을 통해 혹은 아무개를 통해 뭔가 전하고자 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꽤나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웃다가 뒤에 가서 어떤 생각과 씁쓸함 혹은 뭔가 희망찬 것들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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