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성장 정체와 재무 불안이란 이중 악재 속에 새 출발을 공식화한 SK온이 빠른 시일 내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재무구조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온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SK온 관훈캠퍼스에서 첫 최고경영자(CEO) 타운홀 미팅을 열고 통합 출범을 공식화했다. 통합 SK온은 지난 2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과의 3사 합병에 이어 이달 1일 SK엔무브를 흡수하며 완성됐다. 이를 통해 배터리·윤활유·트레이딩 사업을 한데 묶어 ‘에너지 밸류체인 통합 모델’을 구축하고, 재무 안정성과 사업 간 시너지를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합병이 주목받는 이유는 SK온이 지난 4년간 감수해 온 심각한 재무적 성장통 때문이다.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SK온은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CAPA)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차입과 투자를 집중적으로 집행했다.
그 결과 2021년 말 약 4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총차입금은 지난해 기준 약 20조원에 육박하며 4년 새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여기에 고금리까지 겹치며 지난해 이자비용만 8634억원에 달했고 당기순손실은 2조원을 넘겼다.
이러한 재무 압박 속에 부채비율은 248.1%로 다시 치솟았다. 지난 2023년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 비율을 일시적으로 낮췄지만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지속하며 차입금이 다시 불어난 결과다.
현금흐름 개선도 쉽지 않다. 올해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515억원으로 전년(-3151억원) 대비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다. 미국 현지 합작공장(JV) 투자가 본격화된 만큼 향후 몇 년간 추가 자금 소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SK온이 통합의 축으로 SK엔무브를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SK엔무브는 윤활기유(베이스오일) 사업을 기반으로 현금창출원(캐시 카우)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876억원, 영업이익률은 13.5%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이 -18.0%까지 떨어졌던 SK온과는 대비된다.
또 SK엔무브는 SK온의 기술적 한계 돌파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SK엔무브의 핵심 기술인 플루이드 기술과 SK온의 배터리 기술력이 결합되면 차세대 배터리 시스템의 핵심인 액침 냉각 기술 등 열 관리 솔루션 개발에 큰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전기차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화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통합 SK온은 위기 상황 타개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석희 CEO와 이용욱 CEO의 ‘투톱’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하며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확립했다.
이번 통합의 키맨은 이용욱 CEO다. 이용욱 CEO는 SK㈜ 포트폴리오 전략실에서 투자·기획 업무를 총괄하며 그룹의 대형 딜을 주도해온 재무·전략통이다. 지난해 말 SK온 CEO로 선임된 그는 이번 통합으로 소재부터 생산·트레이딩까지 아우르는 ‘내부 수익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시장의 관심은 통합 구조가 실질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에 맞춰져 있다. SK엔무브의 윤활기유 기반 현금창출력은 SK온의 고정비 중심 구조와 대비돼 재무적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글로벌 조달·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리튬·니켈 등 핵심 원료의 가격 변동성과 수급 리스크를 일부 흡수할 수 있다는 점도 잠재적 시너지로 거론된다.
다만 시너지 가시화까지 일정 수준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윤활기유·트레이딩처럼 사업 구조와 비용 체계가 다른 부문이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되는 과정에서는 운영 효율화와 내부 조정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막대한 선투자가 요구되는 배터리 사업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춘 소재·트레이딩 부문 간 구조적 간극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이 격차가 정리돼야 통합 효과가 본격적인 손익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것은 북미 JV의 가동률 안정화다. JV의 수율과 라인 효율이 아직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만큼 통합 효과가 재무 성과로 반영되기까지는 1~2년 정도의 시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통합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SK온이 재무 정상화 궤도에 오르느냐’에 달렸다. 통합 이후 순차입금 감소와 부채비율 개선이 단기간에 나타날 경우 시장의 신뢰 회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시너지가 재무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만들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며 “단기 재무지표 개선보다는 자본 구조 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