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SK그룹을 시작으로 재계의 연말 인사 시계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미국발 관세 충격 등 대외 변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조기 인사'의 신호탄을 쏜 SK그룹이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다면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삼성그룹은 ‘재건’에, 지난해 대규모 세대교체를 마무리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쇄신’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4대그룹의 엇갈린 인사 방향은 최근 확산하고 있는 조기 인사 흐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세대교체’ 이후 안정 국면 유지
6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오는 17~18일께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현대차·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에서 폭넓은 인적 개편을 단행한 만큼 올해는 대규모 교체보다 보완적 조정 수준의 인사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주요 경영진의 실적이 양호하고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위기 대응력이 입증된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실적을 견인하며 재신임이 유력하다. 이승조 부사장(CFO)도 마찬가지로 유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영입한 성 김 현대차 사장(대미 통상 담당)과 송창현 현대오토에버 사장(SDV 담당)은 각각 관세 대응과 소프트웨어 혁신을 이끌고 있어 현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인 성 김 사장은 대외 불확실성을 돌파할 해결사로 꼽힌다는 점에서 유임이 유력하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의 3연임 여부도 관심사다. 2020년 취임 이후 방산·철도사업 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취임 2년 만에 ‘부실 기업’이라는 오명을 씻어냈다는 점에서 3연임이 거론된다. 다만 고령(1961년생)이라는 점이 변수다.
정 회장은 내년 3월 만료되는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임기를 연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의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 LG그룹, ‘안정’에서 ‘쇄신’으로 무게 이동
LG그룹은 이달 말 단행될 임원 인사에서 ‘쇄신’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인공지능(AI)·바이오·클린테크를 미래 성장축으로 제시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사장단 회의에서는 일부 사업의 구조개편이 미진하다고 지적하며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의 ‘안정형 인사’에서 ‘체질 개선형 인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핵심 변수는 부회장 승진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조 사장은 가전 사업의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발굴을 주도했고, 정 사장은 OLED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해 4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도 호실적을 바탕으로 사장 승진이 유력하다.
구 회장이 최근 LG생활건강 CEO로 글로벌 인재인 이선주 사장을 영입한 것도 ‘쇄신’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다만 인사 시점과 폭은 아직 유동적이다. 계열사 릴레이 사업 보고가 이달 중순 마무리되는 대로 최종 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 조기 인사, 재계 전반으로 확산 조짐
삼성그룹도 이달 중순께로 인사를 당길 분위기다. 전년보다 열흘 가량 앞당긴 일정으로,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뒤 시행하는 첫 인사다. 이 회장이 그리는 ‘뉴삼성’의 밑그림이 완성될 것이란 관측이다. 최대 관심사는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의 부회장 승진 여부다. 노 사장이 승진하면 정현호·전영현·노태문 3부회장 체제가 복원된다.
한편 지난달 30일 4대그룹 중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린 SK그룹은 AI·배터리 중심의 구조 재편에 착수했다. SK는 이번 인사를 통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조직 긴장감을 유지하고 체질 개선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5일 주요 계열사 전반에 걸친 전략적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경영 안정성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동시에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신속한 경영체제 전환이 반영되면서 올해 조기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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