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팍 폴대 붕괴' 이미 징조는 있었다…'엔팍 비극' 충격 여전한데, 여전히 관리 소홀? 알고도 방치했나?

마이데일리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1루 익사이팅존 그물망 폴대가 쓰러져있다./대구 = 박승환 기자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이미 징조는 있었고, 삼성 라이온즈 측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알고도 조치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했다면 더 큰 문제다.

지난 1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팀 간 시즌 15차전 맞대결이 전격 취소됐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그라운드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긴 여파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사유는 1루 익사이팅존 그물망 폴대가 쓰러진 탓이었다.

상황은 이러했다. 오후 2시 30분부터 라이온즈파크에는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졌다. 천둥, 번개는 물론 강풍까지 동반됐고, 이로 인해 대형 방수포를 설치하는데 애를 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바람을 이기지 못해 작업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도, 구단 시설물에 큰 영향을 줄 만큼도 아니었다.

그렇게 방수포 설치가 완료됐고, 약 1시간 정도 쏟아진 비는 이내 잦아들었다. 이에 롯데 선수단이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이동했는데, 이내 대부분의 선수들이 훈련을 중단한 채 다시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1루 익사이팅존 그물망 폴대가 관중석 쪽으로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당시 삼성 관계자는 "1층 익사이팅존 그물망 폴대가 넘어진 것은 순간적인 돌풍으로 하중을 못이겨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사고의 배경을 전했다. 하지만 이는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경기에 앞서 강풍이 몰아친 영향도 없진 않았지만, 결정적으로 폴대가 관중석 방향으로 쓰러진 이유는 돌풍의 여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1루 익사이팅존 그물망 폴대가 쓰러져있다./대구 = 박승환 기자

워밍업을 위해 롯데의 한 선수가 외야로 이동하던 중 미끄러졌고, 넘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1루 익사이팅존 그물망을 잡았더니, 폴대가 넘어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이었다. 단순히 폴대가 휘어진 것이 아닌, 폴대의 하중을 지지해줘야 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완전히 파손됐다.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비가 쏟아진 탓에 관중 입장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1루 익사이팅존에는 어떠한 사람도 없었고, 해당 선수 또한 이렇다 할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해당 선수 덕분에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사고가 일어난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였다. 경기에 앞서 팬들이 선수들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기 위해 그물망에 매달렸다거나, 파울볼을 잡기 위해 선수들이 몸을 던졌다면, 그야말로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그물망 폴대가 쓰러진 것은 해당 선수의 잘못이라고 볼 순 없다. 1루 익사이팅존 그물망은 선수들이 경기 중 파울볼을 잡는 과정에서도 수없이 몸을 맡기는 곳이다. 그물망과 폴대는 오히려 선수들과 팬들을 보호해 줘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선수가 그물망을 잡았다고 폴대가 쓰러졌다는 것은 그만큼 시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난 3월 촬영된 라이온즈파크의 1루 익사이팅존 그물망 폴대./마이데일리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1루 익사이팅존 그물망 폴대가 쓰러져있다./대구 = 박승환 기자

특히 중계방송 화면을 비롯해 여러 자료에서 이미 이전부터 폴대가 관중석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적어도 지난 주말 KT 위즈와 2연전 때부터 폴대는 조금씩 쓰러지고 있었다. 이는 지난 3월 '마이데일리'가 촬영한 사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17일 경기에 앞서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고 이런 것들이 쌓인 결과, 폴대가 쓰러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육안으로도 폴대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폴대가 쓰러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그만큼 시설물 점검에 소홀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당장 경기가 편성돼 있기 때문에 보수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해 경기를 진행한 것이라면 이는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었던 셈이다.

창원 NC파크를 비롯해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도 올해 구장 시설물과 관련된 사고들이 발생해 많은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장 관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NC파크에서 발생한 사고는 비극적인 인명사고로 연결됐다. 라이온즈파크의 시설물 붕괴 사고 역시 팬들이 입장한 상황이었다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삼성 관계자는 경기가 없는 날 강풍이 불 때면 그물망을 모두 내리는 등 그동안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다고 피력했지만, 시설물 안전 관리가 철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막 직후 창원에서 발생한 비극으로 야구계는 깊은 충격에 휩싸였었고, NC는 사고 여파로 한동안 '떠돌이 생활'을 했다. 그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아찔한 일이 발생했다. 안전은 모든 것에 우선해야한다. 안전하지 못한 야구장에 팬들이 목숨을 걸고 입장해야하는 KBO리그라면 천만 관중이 다 무슨 소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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