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케손 시티 김희수 기자] 끝까지 최선을 다해 제몫을 했다.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한국 시간 18일 필리핀 케손 시티 스마트 아라네타 콜리세움에서 치러진 2025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 세계선수권 C조 예선 최종전에서 핀란드에 1-3(18-25, 23-25, 25-17, 21-25)으로 패했다. 아쉬운 경기였다. 허수봉과 임동혁이 부상으로 결장하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시작부터 어려움에 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와 대등한 승부를 벌였다.
그 중심에 정한용이 있었다.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선 정한용은 이번 대회 들어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제몫을 했다. 블로킹 2개‧서브 득점 1개 포함 16점을 터뜨렸다. 특히 지금까지와 비교했을 때 하이 볼 상황에서 쓰리 블록을 상대하는 방식을 다양하고 영리하게 가져가면서 핀란드의 피지컬에 대항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정한용은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믹스드 존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솔직히 대표팀에 합류하고 나서도 내가 실전에 나설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다. 아쉽게도 저희가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저 개인으로서는 제가 하고 싶었던 플레이는 다 보여드린 대회였던 것 같아서 만족하는 부분도 있다”고 경기와 대회를 돌아봤다.
대표팀에 붙박이로 함께 했던 것은 아니기에, 이번 대회에 임하는 정한용의 마음가짐은 더욱절실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대회가 끝난 시점에서 그는 자신의 경기 내용에 만족했을까. 정한용은 “대표팀에 들어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만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는 생각만 했다. 특히 리시브에서는 정말 열심히 하려고 했다. 제가 느끼기에 제 활약은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아닌 중간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연습을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핀란드전은 특히나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대표팀의 쌍포 임동혁-허수봉이 나란히 코트에 나설 수 없게 됐기 때문이었다. 정한용은 “사실 원래는 형들이 선발로 나가는 경기였는데, 몸을 푸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갑자기 라인업이 바뀌었다. 많이 놀라긴 했는데, 그래도 대신 들어온 선수들 역시 좋은 선수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를 믿고 최선을 다했다”고 마음을 다잡았던 순간을 돌아봤다.
그렇게 정한용과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전패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누구보다 아쉬운 것은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분명 성장한 모습도 보여줬다. 정한용은 “우리의 목표는 승리였다. 아쉽게도 그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고, 아르헨티나와 핀란드를 상대로는 세트도 따면서 좋은 경기를 치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계속 성장한다면 다음 대회에서는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를 기약했다.
덧붙여 정한용은 “외부에 계신 분들 중에서는 대표팀 선수들이 정말로 헌신하고 있는지, 또 발전하고 있는지 의심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며, 이런 큰 대회에서 우리의 배구를 선보일 수 있는 것도 재밌다. 외부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할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한용은 “앞으로도 아프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대표팀이 나를 필요로 할 때 합류할 것이다. 대표팀은 부르면 와야 하는 곳이지 않나. 이번 대회가 재밌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더욱 대표팀에 가고 싶을 것 같다”며 태극마크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도 숨기지 않았다.
끝으로 정한용은 예선 내내 관중석에서 열과 성을 다해 자신과 동료들을 응원해준 아버지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그는 “아버지께서는 학창 시절부터 늘 경기장을 찾아서 저에게 응원을 보내주셨다. 필리핀까지 와서 저를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제가 아들이라서 그런지 사랑한다는 말을 아버지에게 많이 해드리지 못했다. 이 인터뷰 자리를 빌려서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수줍지만 덤덤하게 아버지에게 사랑을 전했다.
3패라는 결과는 분명 우리에게 많은 아쉬움과 과제를 던져주는 결과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형들의 공백 속에서도 끝까지 분투한 오늘의 정한용은 아버지에게는 물론 대한민국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가 더 큰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또다시 땀방울을 흘려야 할 정한용이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