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도착했지만”…현대차-LG엔솔 美 구금 사태 ‘후폭풍ing’

마이데일리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된 우리 국민 300여명을 태운 대한항공 B747-8i 전세기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사진은 지난 10일 수송을 위해 이륙하는 모습. /뉴시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HL-GA)에서 발생한 대규모 구금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현지 공정 필수 기술자 부재에 따른 준공과 생산 일정 차질은 불가피해졌다. 또한 미국 정부가 비자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 관세 압박을 강화하면서 투자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HL-GA 소속 한국인 직원 316명과 외국인 14명 등 330명이 탑승한 전세기가 이날 오후 3시 23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새벽 석방돼 버스로 애틀랜타 국제공항으로 이동, 같은 날 오전 11시 40분 비행기에 올라 약 15시간 만에 귀국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4일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체류 단속에 걸려 체포됐다가 8일 만에 풀려났다. 한국 정부는 미국 측과 교섭을 통해 석방을 성사시켰다.

미 조지아주 서배너 엘라벨에 위치한 HMGMA. /현대차그룹

이번 무사 귀국과는 별개로 구금 사태 후폭풍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디트로이트 자동차 행사에서 “이번 일로 최소 2~3개월의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대체 인력을 미국에서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장 건설 단계에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기술과 장비가 많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던 HL-GA의 완공은 하반기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두 번째 합작 공장 건설 계획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문 인력 공백이 장기화되면 하루 약 33억원 규모의 생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맥킨지는 50GWh급 공장이 멈출 경우 하루 400만달러(약 55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추산한다. HL-GA(30GWh) 기준으론 하루 33억원 규모다. 금융비·신뢰도 하락까지 더하면 피해는 더 커진다.

LG에너지솔루션이 애리조나·미시간·오하이오 등지에서 추진하는 추가 공장 설립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L-1 비자 주재원과 최소 인력만 남아 있어 공정 진척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대체 인력 파견도 검토 중이지만 비자 발급 절차 탓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미국에 4년간 260억달러(약 36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루이지애나 제철소, 전기차·하이브리드·내연기관차 라인업 확대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어 진행이 늦어질 경우 생산·공급망 전반에 연쇄 효과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뉴시스

미국 정부가 비자 문제를 지렛대로 관세 협상 압박에 나선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근로자는 반드시 적법한 근로비자를 받아야 한다”며 “관광비자를 통한 인력 투입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측에 ‘제발 이제는 중단하고, 정식 비자를 받으라. 발급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내게 연락하라. 국토안보부 장관에게도 직접 얘기하겠다’고 여러 차례 전달했음에도 현대차가 근로자들을 관광비자로 입국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트닉 장관은 미국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은 대통령이 (백악관에) 왔을 때 (무역 합의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일본은 (무역) 합의문에 서명했다. 한국도 서명하거나, 아니면 관세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8일 방미해 여야 의원들을 만나 비자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조현 장관은 “기업 투자 기반 활동을 보장하는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 신설이 필요하다”며 한미 워킹그룹 설치도 제안했다.

향후 한미는 B-1 비자 탄력 운용, H-1B 한국 쿼터 신설, E-4 신설 등 다양한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또 한국 기술자가 미국 근로자를 교육·훈련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 인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인 훈련’을 요구한 만큼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와 생산 모두 시계 제로 상태”라며 “비자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미 양국의 전기차 공급망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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