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통과소식 듣고 굉장히 안도했죠. 몇 번이고 고비를 넘기고도 안 되기에 이젠 포기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상징'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오랜 정체를 벗어나 마침내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일 서울시가 해당 사업에 대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통과시키면서 은마아파트는 향후 최고 49층 5893가구 규모 초고층 신축 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단지 내부에서는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감지됐다.
단지 곳곳에는 "정비계획 통과를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고, 일부 주민들은 조합 게시판 앞에 모여 조합원 지위‧사업 향후 일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주민은 "수차례 사업이 무산되면서 기대도 접었지만, 이번에는 서울시가 정비계획을 공식 통과시킨 만큼 가시적 진전이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사실 '강남권 1세대 단지(준공 1979년)' 은마아파트 재건축 논의는 1996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2003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지만, 조합 내부 갈등과 서울시 35층 층수 제한 정책, 인근 반발 등으로 사업 추진이 20년 넘게 지체된 바 있다.
문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단지 노후화는 나날이 심화됐으며, 외관은 물론 내부 설비조차 '수리 없인 거주가 어렵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상 주차장은 공간 부족에 따른 이중‧삼중 주차가 일상화될 정도로 주민들의 생활 불편이 끊이지 않았다.
20년 넘게 거주한 김모씨는 "외관뿐만 아니라 전기 설비나 배관 등 전부 수명이 끝났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던 중 2023년 조합이 공식적으로 설립되면서 재건축 불씨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정비계획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현재 14층 높이 4424가구 규모에 향후 최고 49층 5893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정비계획안 통과 직후 인근 부동산 시장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우선 재건축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단지 호가도 상승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9억5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84㎡는 현재 30억5000만원 선 호가가 형성됐다.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한 조건, 거래 가능 매물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하물며 지방 소유주들도 연락하고 있다." - 은마상가 내 A공인중개사
여기에 '조합원 지위 승계 요건'에 의해 강남권에서도 매물이 귀한 단지로 평가된다.
'투기과열지구' 강남구는 소유자가 5년 이상 보유하고, 10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조합원 지위가 승계된다. 이외에는 일반분양 대상자로 전환되는 만큼 사실상 거래가 제한적이다. 또 대치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매수자‧매도자 모두 '1가구 1주택자'여야만 거래가 가능하다.
이처럼 거래 조건이 까다로워 "단지 거래는 문의에 비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다만 여전히 사업 추진을 좌우할 변수가 존재하고 있다. 단지 내 은마상가 문제는 대표 난제로 우려되고 있다.

은마상가는 단순 입주민 편의시설에 그치지 않고, 외부 유동 인구 유입이 꾸준한 대치동 상권 핵심 상가다. 소유주 지분만 400여개에 달하며, 이들에 배정될 아파트 수는 200~300가구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가 소유주에게 세대를 배정할 경우 일반 분양 물량이 감소해 이에 따른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수도 있다"라며 "이처럼 대규모 조합일수록 이해관계 조율이 복잡해 향후 조합 내홍 또는 일정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강남은 물론 서울 부동산 시장 전반에도 만만치 않은 변화의 흐름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되는 은마아파트의 오랜 기다림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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