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SPC그룹이 미국 멕시칸 프랜차이즈 치폴레 멕시칸 그릴(이하 치폴레)의 한국 진출을 추진한다. 쉐이크쉑의 성공과 에그슬럿의 실패를 모두 경험한 이후 또 다른 분수령을 맞게 됐다.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내년 상반기 서울 주요 상권에 1호점을 열 계획이다. 쉐이크쉑과 에그슬럿에 이은 세 번째 해외 외식 브랜드다. 이번 도전은 SPC 외식사업의 확장뿐 아니라 허희수 부사장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치폴레는 1993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출발해 현재 전 세계 약 38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또띠야, 쌀, 고기, 채소, 치즈, 소스 등을 직접 선택하는 'DIY(두 잇 유어 셀프) 스타일' 주문 방식이 특징이다. '항생제를 쓰지 않은 고기·친환경 원재료·지속가능성'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건강한 소비와 윤리적 외식 문화를 지향하는 최근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SPC그룹 외식사업 확장 중심에는 허희수 부사장이 있다. 창업주 허창성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허영인 회장의 차남인 그는 2007년 입사 후 파리바게뜨 BI 개편, 해피포인트 앱 출시, 인천공항 신규 사업 등에서 젊은 감각을 발휘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대표 성과는 단연 쉐이크쉑 도입이다. 허 부사장은 2011년 뉴욕 매장을 직접 찾은 뒤 창업자 대니 메이어를 수년간 설득하며 협상을 이어갔다. 당시 국내 30여개 외식기업이 경쟁했지만, SPC가 '브랜드 철학을 지켜낼 수 있다'는 신뢰를 얻어 2016년 서울 강남에 1호점을 열 수 있었다. 쉐이크쉑은 이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두 번째 글로벌 브랜드인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은 기대에 못 미쳤다. 2020년 서울 코엑스몰에 첫 매장을 열었지만, 매출 부진으로 지난해 말 전면 철수했다. 업계는 화제성은 있지만 안정적 매출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사례로 평가한다.

이처럼 SPC 외식사업은 글로벌 브랜드 도입과 주목도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여전히 과제를 안고 있다. 쉐이크쉑이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외식 부문 전체는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쉐이크쉑을 운영하는 SPC그룹 계열 외식법인 빅바이트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10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89억5000만원) 대비 성장했다. 하지만 당기순손실 14억7000만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19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고정비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회사의 판관비는 739억원으로 매출총이익(719억원)보다 높았다. 이 중 가장 큰 지출은 급여(215억원)였고, 지급수수료(176억원) 순이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치폴레가 가진 브랜드 매력은 분명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멕시칸 음식은 아직 대중성이 낮다"며 "여기에 수입 식재료 의존으로 인한 원가 부담까지 겹치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PC 외식사업이 새로운 브랜드를 들여올 때마다 주목은 받았지만, 성과 면에서는 아쉬움이 컸다"며 "치폴레마저 기대에 못 미친다면 허희수 부사장의 리더십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SPC측은 이런 세간의 관심이 부담스럽다.
이에 대해 SPC그룹 관계자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업"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이나 성과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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