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김지영 기자 농산어촌에서 식품 소매점이 사라지는 ‘식품 사막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이동형 장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이동 차량에 식품, 생필품 등을 실어 마을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특장차량, 기자재 등을 보조하고, 지자체에서 민간(농협 하나로마트 등)과 인력, 운행 방법 등을 협의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동장터 운영을 시작한 경북 의성군을 포함해 현재 전남 장성군, 전북 완주군 등 9개 지자체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 정부·지자체 ‘이동장터’ 지원 사업… 지속적인 예산·인력 확보 ‘숙제’
이 사업은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2010년부터 민간조직 ‘여민동락공동체’가 운영하고 있는 이동장터 ‘동락점빵’을 모델로 했다. 이 외에도 △경기 포천의 소흘농협 △전남 고흥군의 거금도농협 △경남 거제의 하청농협 △전북 정읍시 샘골농업협동조합 △전남 영암군 영암농협이 이동장터를 운영해왔고,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받은 바 있다.
이처럼 이동장터가 식품 사막의 대안으로 꼽히지만 실행은 녹록지 않다. 우선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은 별도의 공모를 통해 예산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농식품부의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또는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의 예산 일부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은 배후 마을까지 생활 서비스 혜택이 미칠 수 있도록 읍면 중심지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기초 생활권 마을에 보건지소·작은도서관 등 거점 시설을 조성한다.
이렇다보니 실제로 주민들의 수요가 있다고 해도 이동장터 사업이 실제로 추진되기란 쉽지 않다. 재정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실제로 이동장터 사업 추진을 검토했던 강진군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차량 유지·관리비에 비해 주민들이 별로 이용할 것 같지 않아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식품 사막화와 관련해 추진되고 있는 사업은 없다고 밝혔다.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시범사업 특성상 인력 확보 문제도 생길 수도 있다. 장성군은 다음달 이동장터 운영을 앞두고 근로자 채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동 장터 사업을 담당하는 장성군 먹거리통합센터는 지난 7월 24일 이동장터 트럭 운전자(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없어 지난달 19일 파트타이머 모집 공고를 냈다. 그러나 10일 현재까지 채용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동 장터 사업이 대부분 지역농협과 협의로 이뤄지는 것도 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해 인력 운용과 운영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농협마다 상황이 상이하기 때문에 하나로마트에만 기대서는 식품 사막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 신선식품 판매 넘어 주민 잇는 커뮤니티 돼야
중앙정부 사업이 아닌 지자체 차원에서 식품 사막화 문제에 대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6월 ‘전북특별자치도 식품 사막화 해소를 위한 지원 조례안’을 마련했다. 조례안에는 △지원 계획 수립 △식품사막화 지역 실태조사 △재정지원 △공동체 육성과 협력 체계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 4월 관련 조례를 제정한 전남 해남군에 이어 전국 두 번째 사례다.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서난이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9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중앙 정부 사업은 중단되거나, 지역에 맞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어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도는 지원 근거에 따라 내년 6월부터 ‘전북형 이동형 장터 시범사업’을 전북 김제시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앞서 김제시에서는 김제시 농어촌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지난 3년간 ‘행복이동점빵’을 총 6회 운영한 바 있다.
내년에 추진될 이동형 장터 사업의 재정은 고향사랑기부제 기금으로 마련했고, 농협의 물류 체계를 이용한다. 다만 전반적인 운영은 마을에 있는 중간 지원 조직이 맡는다는 구상이다. 서 의원은 “이동 장터는 신선식품 판매를 넘어 복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며 “이동장터가 복합적 커뮤니티가 될 수 있도록 중간 지원 조직 공동체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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