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도 칼질…월세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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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동산 매물 시세가 게시돼 있다./뉴시스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정부가 6·27 부동산 대출 규제에 이어 전세대출 규제에도 나섰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1주택자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2억원까지로 제한했다. 전세 거래가 위축되고 월세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이후 후속으로 9·7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날부터 보증기관과 상관없이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최대 2억원으로 제한됐다. 기존에는 서울보증보험(SGI) 3억원, 한국주택금융공사(HF) 2억2000만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2억원 등 보증기관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모두 같아졌다.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도 강화됐다. 주택 매매·임대사업자 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도 수도권·규제지역에 한해 0%로 강화해 대출을 중단한다. 기존에는 규제지역 30%, 비규제지역 60%였다. 부동산 대출 규제 우회로로 사업자 대출이 부상하면서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한 방침이다.

그동안 전세대출은 갭투자 수요를 이끌어내면서 집값을 밀어 올렸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제한할 경우 '갭투자' 수요를 차단할 수 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7일 사전브리핑에서 "전세대출이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한 건 분명하다"면서 "손쉬운 전세대출이 전세가를 밀어 올리고, 결국 매입가를 올리는 힘으로 작동했다"고 했다.

금리 인하를 앞두고 가계 대출 불씨가 되살아날 우려가 나오자 당국은 추가로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실제로 올 초 급증하던 가계빚 증가세는 규제 이후인 지난 7월부터 다소 가라앉았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62조89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대비 약 3조9251억원 늘어난 규모로 4조1386억원 증가했던 전월 대비 증가세가 줄었다.

이번 조치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매매·임대사업자가 시장에 내놓는 임대주택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6·27 대책과 이번 대책 모두 시장 유동성을 제한하는 조치"라며 "시장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종전과는 반대되는 정책 기조"라고 전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임차인들도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은 가팔라질 수 있다. 실제로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이후 수도권 전세 매물은 감소세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159건에서 2만3229건으로 11.3%, 경기도는 2만5886건에서 2만1623건으로 16.5% 쪼그라들었다.

다만 월세 시대가 열리면 전세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의 월세화는 금리 인하, 입주량 감소, 보증비율 축소 등이 맞물려 일어나는 현상"이라면서 "무주택자는 큰 영향이 없겠으나 강남 학군지 중심이나 직장 문제로 불가피하게 1주택자를 보유하고 있는 실수요자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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