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바이오시밀러 활성화에 힘 실어줄까 … 업계 “환자 있는데, 제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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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미소 짓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바이오 산업의 난제였던 복제약 '바이오시밀러' 보급률 확대 문제가 이재명 대통령 앞에서 공식 의제로 부상했다. 업계 제언이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 경우, 정체돼 온 내수 시장 구조에 변곡점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참석 토론회를 시작으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제도 개편이 추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자리에서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일한 약효를 지니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공익적 가치가 있다"며 "한국은 미국·유럽·일본에 비해 보급 속도가 느리고 점유율도 낮은데 정부 차원의 장려 정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국처럼 신규 환자의 전환을 유도하고, 병원과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국내도 장려 정책을 도입한다면 바이오시밀러 활성화는 물론 국가 의료재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건의했다.

글로벌 경쟁력과 정책 지원 필요성도 거론됐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관세 이슈에서 성과를 냈듯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은 바이오시밀러 확산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독일·프랑스·네덜란드·스웨덴·영국 등은 의사에게 바이오시밀러 처방 목표를 제시하고, 영국·이탈리아·스페인·아일랜드·독일 등은 처방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 중이다. 특히 영국은 최적 의약품을 채택하면 절감액의 50%를 처방 의사에게 환급하는 방식으로 보급률을 끌어올렸다.

반면 한국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시장 지배력이 견고하다.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는 국내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얀센의 '레미케이드'도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약 60%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한국은 IP5(미국·유럽·중국·한국·일본) 가운데 특허 장벽이 가장 낮아 바이오시밀러 침투가 용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확산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가 5일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KTV 방송화면 캡처

업계는 정부 차원의 바이오시밀러 약가 제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유럽은 환자가 참조가격보다 비싼 약을 선택하면 차액을 직접 부담하도록 해 자연스럽게 저가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의사에게는 저가 약품 구매나 처방 비용 절감에 따른 장려금을 지급해 처방 동기를 높인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인센티브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진 신뢰 부족도 걸림돌이다. 국내 의사의 바이오시밀러 처방 경험은 절반 수준에 그쳐 유럽(83%)에 크게 못 미친다. 여전히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어 임상 데이터와 제조 공정의 투명한 공개가 요구된다. 병원 차원에서는 입찰제나 공동구매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환자 인식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면 익숙한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효능에 대한 불신은 약효가 있음에도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노시보 효과'다. 업계는 가격 인하 폭을 확대하고 안전성과 효능을 적극 홍보해 환자들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보급률 제고는 단순히 기업 매출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치료비 절감, 국가 의료재정 건전성,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특허 장벽이 낮음에도 내수 시장에서 성과가 더디다는 점은 결국 제도와 인식의 문제다. 제약사와 정부, 의료계가 함께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차원의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내 의료현장에서는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약가 제도 개편 시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늘릴 수 있는 인센티브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비싼 약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약효가 동일하다면 오리지널만 고집하는 것은 부조리일 수 있다"며 "정부가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힘이 들더라도 빨리 해야 할 과제"라며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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