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살인자 리포트’ 조여정, 새로운 얼굴의 기록

시사위크
배우 조여정이 영화 ‘살인자 리포트’로 또 다른 얼굴을 꺼냈다.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배우 조여정이 영화 ‘살인자 리포트’로 또 다른 얼굴을 꺼냈다.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조여정이 영화 ‘살인자 리포트’(감독 조영준)로 관객 앞에 섰다. 전작 ‘좀비딸’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또 한 번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 그는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살인자 리포트’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선주(조여정 분)에게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 분)이 연쇄살인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연쇄살인범과의 일대일 밀착 인터뷰라는 독특한 소재로, 기자와 살인범 사이의 팽팽한 심리게임을 그린다. 

한정된 공간에서 오직 두 인물의 대화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독특한 형식의 스릴러 ‘살인자 리포트’에서 기자 선주 역을 맡은 조여정은 극 전체를 이끌어가며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선주는 연쇄살인범 영훈에게 일대일 인터뷰 제안을 받고 위험한 인터뷰에 참여하는 인물로, 두려움과 욕망, 집념이 얽힌 복합적인 인물이다. 

조여정은 연쇄살인범과의 인터뷰에서도 냉철하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정도로 당당하고 이성적인 모습부터 인터뷰가 깊어지며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감정적이고 본능적으로 변하는 모습까지 선주의 다양하고 격한 감정선을 섬세하고 깊이 있게 그려내며 관객을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 속으로 끌어들인다. 최근 조여정을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봤나. 한정된 공간, 두 인물의 대화로 주로 전개되는 이야기라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촬영했을 때도 걱정이 많았을 것 같은데.

“형식때문에 걱정하진 않았다. 감독님이 워낙 오래 쓴 시나리오였고 준비를 많이 한 걸 알아서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걱정은 없었고 내 연기 걱정이 있었다. 영화 자체에 대한 걱정은 아니었다. 내가 연기를 2시간 꽉 채울 만큼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됐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인터뷰 중심이라는 것 자체가 배우 연기 중심으로 가는 것이다 보니 다른 작품보다 아무래도 겁이 확실히 더 났던 것 같다. 이 작품도 나만 잘하면 된다, 모든 게 다 준비돼 있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공개 후 배우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많다. 

“겸손이 아니라 스스로 냉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번 다른 작품을 만나잖나. 완전히 다른 캐릭터이고 아예 다른 삶을 산 인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번 그럴 수밖에 없다. 오래 해갈수록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해주겠나. 그건 무서운 일이라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그렇게 차가워지고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칭찬이 오면 받는다. 완전 애처럼 좋아한다.(웃음)”

기자 백선주로 분한 조여정.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기자 백선주로 분한 조여정.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걱정,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파트너 의존도가 높다. 공동 작업이라서. 배우는 혼자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해낼 수가 없다. 이 작품을 생각해내서 시나리오를 쓰고 나라는 배우가 적합하다고 판단해서 함께 하자고 한 감독님, 같이 하게 될 파트너 배우의 연기와 내공을 믿고 한다. 그들을 믿고 도와달라고 하는 게 나의 두려움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이번에도 감독님, 정성일이 당연히 그런 존재였다. 분장, 의상 도움도 많이 받았다. 베테랑 스태프들이었다. 그렇게 함께 만들어가면서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선주의 상황, 선택을 어떻게 이해했나. 

“어렵지 않았다. 어떤 무언가를 할 때 100% 어떤 이유라고 늘 확신하진 않잖나. 여러 이유가 혼재돼 있다. 선주 역시 개인적인 처지, 상황에 덧붙여서 특종의 기회가 왔고 위험도는 있지만 남자친구도 있고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었잖나. 특종을 위해서 온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속에서는 다른 마음이 있다는 게 사실 그게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서 이상하다거나 모순적이라고 느끼진 않았다. 인간은 원래 좀 모순된 면모가 있잖나. 선주도 그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던 지점, 이유가 있다면. 

“표현의 차이인데 연기하고 싶다고 느껴지는 동력이 작품마다 다른데 영화 같은 경우는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나라는 배우를 어떻게 쓰고 싶어 할까,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할까’를 늘 궁금해하면서 기다린다. 그런데 이 책이 왔을 때 ‘와, 이런 캐릭터에 나를? 뭘까? 나의 어떤 면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나한테 이런 면을 보고 싶다고?’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나? 이걸?’ 되게 궁금해졌다. ‘히든페이스’도 그랬고 그런 지점이 내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 같다. 호기심 안에는 도전 의식도 혼재돼 있겠지. 또 나는 나에 대한 믿음이 없는데 감독이 나라는 배우에게 믿음을 갖고 있는 게 보일 때가 있다. ‘당신에게서 이걸 보고 싶다’ 그게 눈에 보이면 ‘감독님이 이렇게까지 생각하는데 믿고 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서 출발하게 되는 것 같다. 그걸 믿고 도전도 해보고 시도해 볼 때 생각하지 못한 모습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한계가 있을 거다. 그걸 믿고 따라가는 편이다. 나를 믿는 그 믿음을 내가 믿는 것이다.”

강렬한 시너지를 완성한 정성일(왼쪽)과 조여정.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강렬한 시너지를 완성한 정성일(왼쪽)과 조여정.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그렇게 발견한, 스스로 낯설게 느껴진 순간이 있었나.

“호텔에서 걸어 나올 때,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바라보는 장면.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그저 무섭고 막막하기만 했다. 촬영할 때 다행히 순서대로 찍을 수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끝에 갔을 때 완전히 그 이야기에, 캐릭터에 잠겨져 있는 상태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완전히 빠져나온 다음에 그 장면을 봤을 때 ‘내가 무슨 정신으로 저걸 했지?’ 싶더라. 그런 것들은 빠져 있을 때만 해낼 수 있는 모습들이었던 것 같다. 그날그날 현장에서는 잘 못 느낀다. 빠져나온 다음 환기를 시키고 봤을 때 ‘저런 모습이 있구나, 이 감독님과 한 작업이 저런 모습이 나오려고 한 거구나’ 그렇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외적으로는 어떤 고민을 했나. 

“감독님이 원하는 게 정확히 있었다. 의상의 원단, 야상의 컬러까지 정확했다. 촬영장에 가서 분장하고 옷을 입는다는 건 가면을 쓰는 건데 가면을 썼을 때 체화가 되면서 거기에 맞게 소리나 행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미리 혼자서 연습하는 게 아니라 서로 한꺼번에 확 합쳐져서 배우 스스로 믿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내가 백선주야’ 믿으면서 갈 수 있었다. 이번 분장도 되게 마음에 들었다.”

-대사량이 상당했는데 시나리오를 통으로 외웠다고. 

“몇 시간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어디를 끊어서 외우고 이러기도 애매했다. 버튼을 누르면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중간에 누르면 또 중간부터 끝까지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다. 나보다는 정성일이 대사가 많아서 진짜 애를 많이 썼다. 정말 힘들었을 거다.”

-정성일과의 호흡도 중요했다. 어떤 에너지를 주고받았나. 

“‘99억의 여자’를 할 때 많지 않은 신을 함께 했는데 하필 밀도가 너무 높아서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케미스트리가 정말 좋았고 그때 이 배우의 공력을 느꼈다. 영화에서는 영훈이 리드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는데 의심이 전혀 없었고 촬영할 때도 역시나 숨 쉬듯 자연스러웠다. 편안했고 호흡, 결이 잘 맞았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 마음이 비슷할 때 호흡이 잘 맞는데 정성일과도 따로 맞출 필요 없어 훨씬 수월했다. 감사했다. 결이 잘 맞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조여정이 많은 관객에게 닿길 희망했다.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조여정이 많은 관객에게 닿길 희망했다.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살인자 리포트’는 어떤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나. 

“살다 보면 개인적인 복수심이 들게 하는 일이 많잖나. 이 영화는 영화적인 통쾌함을 주면서도 절대 옹호하게 두지 않거든. 많은 콘텐츠를 통해 다뤄진 ‘복수’라는 키워드를 이런 식으로도 다루는구나, 또 그것을 통해 행위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지점이 좋았다. 뭔가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새로운 형식을 빌려 새로운 시선으로 생각해 보게 하는 지점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히든페이스’부터 최근작 ‘좀비딸’, 이번 ‘살인자 리포트’까지 활발히 스크린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결과도 좋았는데 이에 대한 소감은. 

“매년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아무래도 남자이야기의 영화가 더 많다보니까 여자배우들이 할 수 있는 게 귀한 상황이라 매년 영화를 한다는 게 신기하고 좋다. 촬영 순서로는 ‘히든페이스’를 끝내고 ‘살인자 리포트’를 했는데 너무 힘든 걸 많이 했고 쉽지 않은 걸 했구나 싶을 때 ‘좀비딸’이 와줘서 정말 좋았다. 나도 이제 드디어 이런 가족드라마, 휴먼드라마도 들어오는구나 싶었다. ‘좀비딸’ 팀과 모여서 이야기를 했는데 함께 모여서 촬영을 하면서 그 자체로 이미 충만했다. 서로 만나기 쉽지 않거든. 거기서 감사함이 충분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결과가 좋으니까 또 다른 감사를 느꼈다. 우리가 이렇게 즐겁게 한 작업에 호응해 준 것에 대한 또 다른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살인자 리포트’ 흥행에 대한 기대는. 

“흥행은 예측할 수 없는 거잖나. ‘온 우주가 도왔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여러 기운이 합쳐진 것 같다. 하는 데까진 하고 노력했지만 시기적으로 여러 가지가 좋았던 것 같다. 신기하고 감사하다. ‘살인자 리포트’도 작품 자체로 평가를 받되 ‘좀비딸’의 좋은 기운을 받았으면 좋겠다. 극장 문화가 즐거운 거라는 걸 ‘좀비딸’이 다시 알게 했듯 그 기운을 받길 바란다. 영화대로 평가는 정확하게 받고.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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