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협상달인’ 삼성, 美 ‘밀어서 잠금해제’ 소송 ‘5000억→500억’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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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지난 5년간 이어진 이른바 '밀어서 잠금해제' 특허 침해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했다. 특히 합의금을 예상 배상금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재정적 부담을 크게 줄였다. /삼성전자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삼성전자가 지지부진하던 이른바 ‘밀어서 잠금해제’ 특허 침해 소송을 매듭지었다.

5년여간 장기간 소송에서 점차 불리한 국면으로 기울어지던 찰나 특유의 협상 능력을 발휘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특히 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던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500억원대 합의금으로 낮추며 소송리스크와 법적 불확실성을 유리한 측면에서 해소했다. 결과적으로 재무 부담이 10분의 1로 확 줄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은 지난 2일(현지 시간) ‘애퀴타스’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특허 침해 소송을 기각했다. 최초 소송 제기 이후 약 5년 3개월 만이다.

앞서 애퀴타스는 지난 2020년 6월 자사 보유 특허 기술인 밀어서 잠금해제 기능 등을 삼성이 허락 없이 사용했다며 특허 침해 소송을 낸 바 있다.

애퀴타스는 특허·지식재산(IP) 전문 투자·소송 파이낸싱 업체다. 소송을 직접 끌어갈 자금·역량이 부족한 기업이 보유한 특허를 양수하거나, 특허권자와 계약을 맺고 소송 진행을 맡아 합의금·로열티를 수익화한다.

법원의 이번 소송 기각 조치는 지난 6월 삼성전자와 애퀴타스의 배상금 합의 조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통상 법원은 3심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하지만 양사가 합의금을 조정, 특허 침해를 다툴 추가 소송의 근거가 사라졌다.

합의 당시에는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네오노드’가 이번 소송에 따른 예상 수익을 공개하면서 합의금 추산이 가능해졌다.

네오노드는 스웨덴 터치스크린 기술 기업으로, ‘밀어서 잠금해제’ 특허 기술의 원조격이다. 네오노드는 지난 2019년 5월 애퀴타스에 해당 특허 기술을 양도했는데, 당시 계약 조건에 따라 해당 특허를 이용해 라이센스나 소송 등으로 수익이 날 경우 애퀴타스로부터 순수익(Net Proceeds)의 50%를 받기로 한 바 있다.

네오노드가 밝힌 소송 예상 수익은 1500~2000만 달러(약 208~278억원)다. 해당 수익이 특허 양도 계약 조건에 따라 중개 수수료와 법률 비용, 세금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애퀴타스에 지급한 총 합의금(gross settlement)은 4000만 달러(약 557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래픽=정수미 기자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선방이다. 당초 애퀴타스가 요구한 배상금이 3억6000만 달러(약 5008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재무 부담을 10분의 1가량 줄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동일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애플에 패소하며 1억1960만 달러(약 1665억원)를 배상했다. 삼성전자는 “해당 특허 기술 원조가 네오노드”라며 반박 논리를 펼쳤지만, 미국 법원은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 같은 삼성전자의 반박 논리는 이후 애퀴타스와의 소송에서 발목을 잡는 구실이 됐고, 애퀴타스는 이를 근거로 “배상금을 (애플 배상금의) 3배 이상 판결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삼성전자와 애퀴타스의 재소송 가능성은 ‘0’다. 합의에 따라 종결된 특허 소송은 동일한 사안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와 애퀴타스가 모두 윈윈했다"며 "삼성전자는 잠재적 배상 부담과 징벌적 손해배상 위험을 피했고 애퀴타스는 여러 소송을 장기간 이어가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수익화를 선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애퀴타스는 애플을 상대로 동일한 특허 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21년 시작된 이 소송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이 맡고 있다. 승소 또는 합의 시 마찬가지로 네오노드가 순수익의 50%를 가져간다.

특히 애퀴타스가 승소할 경우,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분쟁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017년 양사 특허 침해 소송에서 삼성의 패소 근거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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