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 게임을 잡아먹었다”… 펄어비스, 끝없는 지연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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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 '붉은사막'. /펄어비스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게임업계가 ‘더 현실적인 그래픽’ 경쟁에 몰두하는 사이, 일정 지연과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용자들은 미세한 차이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펄어비스는 이 같은 구조적 함정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자체 엔진을 앞세워 기술 찬사를 받았지만, 주력 신작 ‘붉은사막’은 또다시 출시가 미뤄졌다.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2분기 실적은 매출 796억 원, 영업손실 118억 원, 순손실 227억 원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핵심 캐시카우 ‘검은사막’ 매출은 전기 대비 12.9% 줄었다. 회사는 보이스오버 일정, 콘솔 인증, 유통 준비 지연을 이유로 들었지만, 업계에서는 “자체 엔진 전략이 일정을 더 무겁게 만든다”는 해석이 나온다.

블랙스페이스 엔진은 그래픽과 물리 표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엔진·툴·빌드 안정화까지 모두 내부 인력이 떠안아야 해 비용과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글로벌 대형사들이 UE5 같은 범용 엔진으로 갈아타며 위험을 줄이는 흐름과 대조적이다. CD프로젝트레드가 차기 ‘위처’부터 자사 엔진을 접고 UE5를 쓰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보이는 퀄리티 한 끗을 위해 보이지 않는 리스크가 기하급수로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시 지연은 마케팅 비용을 다시 투입하게 만들고, 브랜드 신뢰를 약화시킨다. EA가 사내 엔진을 강제하다가 ‘앤섬’ 개발이 난맥에 빠진 사례는 여전히 경고로 언급된다.

결국 관건은 실행력이다. ‘붉은사막’은 2021년 이후 여러 차례 일정이 밀리며 기대와 피로가 함께 누적됐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그래픽 경쟁보다 중요한 것은 제때 내놓는 일정 준수와 콘텐츠 밀도, 운영 안정성”이라며 “펄어비스 사례는 화려한 그래픽보다 제때 출시하는 힘이 더 큰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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