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미 당국에 단속·구금된 사태와 관련, 우리 정부가 전세기 귀국을 추진하는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이 석방 협조를 위해 방미에 나섰다. 구금된 한국인들은 이르면 오는 10일(현지시간) 전세기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지만, ‘한미 동맹의 모순’ 논란과 재발 방지 제도 개선 요구는 이어질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한다. 방미 기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을 만나 구금된 HL-GA 공장 한국인 직원들의 석방 절차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일 오전 국토안보수사국(HSI) 요원들은 HL-GA 공장 현장에 들이닥쳐 수백 명의 한국인 근로자를 단속했다.
당시 방진복을 입고 설비 작업 중이던 직원들은 ESTA(전자여행허가)와 F1(학생비자) 등 체류 신분 검사를 받았고, ESTA 입국자는 집중 조사 대상이 됐다.
일부는 쇠사슬에 묶여 구금 시설로 이송됐으며, 초기 임신부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지 라틴계 청소 인력 상당수는 출근하지 않아 사전 정보를 공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구금된 한국인들은 현재 조지아주 포크스턴 ICE 구금시설 등에 분산 수감돼 있으며, 외교부는 전세기 귀국 절차를 조율 중이다.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는 “최대한 빠르게 희망자를 귀국시킬 것”이라며 “전세기가 플로리다 잭슨빌 국제공항에서 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한미 간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고, 행정 절차가 끝나는 대로 국민들을 전세기로 모셔오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정부는 구금된 한국인들을 자진출국 형식으로 귀국시키는 방향으로 미측과 협의하고 있다. 추방' 형식으로 석방이 이뤄질 경우 향후 수년간 미국 입국 금지나 비자 인터뷰 불이익 등이 따를 수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과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7일(현지시간)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결승전을 관람한 뒤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단속 이후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단속 다음날 백악관에서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ICE는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사태가 단순한 ‘귀국 봉합’으로 끝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체류 단속 성과라며 한국인 근로자들이 수갑에 묶여 이송되는 영상을 ICE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공장 건설 현장이 ‘한미 제조업 협력’의 상징적 투자처였다는 점에서, 동맹국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이상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직후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동맹의 모순’ 지적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성과 없이는 국내 반미 정서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취업이 불가능한 ESTA나 단기 B-1 비자를 통해 인력이 투입되는 관행에 있다고 보고, 한국인 전문 인력을 위한 별도 쿼터(E-4 비자) 신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교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미 의회에 관련 입법을 요구해왔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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