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더 먼 미래를 위해선 터커 데이비슨을 교체하는 선택은 맞았다. 하지만 데려와도 너무 잘못 데려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 빈스 벨라스케즈의 이야기다.
벨라스케즈는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동안 투구수 84구, 7피안타(3피홈런) 3볼넷 5탈삼진 6실점(6자책)으로 박살이 났다.
벨라스케즈는 8월 초 롯데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데려온 승부수. 메이저리그에서 38승을 수확할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선수로 10승을 수확했고,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었지만, 이닝 소화 능력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던 터커 데이비슨보다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벨라스케즈의 영입은 완전히 실패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벨라스케즈는 지난달 13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KBO리그 데뷔전에서 3이닝 6피안타 2볼넷 5실점(5자책)으로 아쉬운 스타트를 끊었다. 그래도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었던 만큼 롯데는 두 번째 등판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벨라스케즈는 두 번째 등판에서는 LG 트윈스를 상대로 5이닝 7피안타 2볼넷 3실점(3자책)으로 전혀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세 번째 등판에서 벨라스케즈는 첫 승을 수확했으나, 타선이 완전히 대폭발하는 상황에서도 6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4실점(4자책)이라는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첫 승을 수확한 만큼 흐름을 탈 것처럼 보였는데,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달 2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벨라스케즈는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6사사구 5실점(5자책)으로 또다시 부진했다.


그동안의 부진이 더위 때문이었다면, 한여름에 비해 날씨도 나아지면서 이제는 제 실력을 보여줘야 할 차례. 특히 롯데와 함께 5강 경쟁을 펼치고 있는 SSG와 맞대결이기 때문에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김태형 감독도 5일 경기에 앞서 벨라스케즈에 대한 질문에 "마음이 편하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이어 김태형 감독은 "본인이 공에 대한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는데, 빨리 잊고 어떻게든 자신의 공을 던져야 한다. 던지다가 잘 들어가면 좋고, 빠지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던져야 한다. 던지기 전에 걱정을 하면 안 된다"며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피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날도 벨라스케즈의 호투는 볼 수 없었다.
벨라스케즈는 1회 삼진 세 개로 아웃카운트를 모두 만들어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말 2아웃까지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순항했다. 문제는 이후였다. 최지훈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류효승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맞으며 선취점을 헌납했다. 그러더니 3회에도 박성한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위기를 자초했고,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추가 적시타까지 맞았다.
더욱 충격적인 이닝은 4회였다. 선두타자 한유섬에게 안타를 맞은 뒤 '보크'로 스코어링포지션에 주자를 보냈다. 그리고 후속타자 고명준에게 투런홈런을 맞으면서 간격은 1-5까지 벌어졌다. 이후 실점은 없었지만, 벨라스케즈는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면서, 최지훈에게 안타를 맞은 후 두 번째 보크를 범했고, 류효승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또다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신인 선수도 아닌, 경험이 매우 풍부한 선수가 한 이닝에 두 개의 보크를 기록한 것은 두 눈을 의심캐 만드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벨라스케즈는 5회말 선두타자 최정에게 세 번째 피홈런을 맞았고, 이어나온 에레디아를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낸 뒤 결국 마운드를 내려가게 됐다. 2승 사냥은 당연히 실패했다.
롯데가 후반기 남은 일정을 비롯해 포스트시즌까지 내다보고 데이비슨을 교체하는 선택은 분명 맞았다. 하지만 데려온 선수가 너무나도 잘못됐다. 그 누구도 이렇게까지 벨라스케즈가 못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터. 롯데의 가을야구 꿈이 점점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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