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취임 후 처음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난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 존중 사회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하는 게 상호 대립적인 게 아니고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친노동 드라이브에 대한 기업의 우려가 짙은 상황에서 노동계에 직접 ‘상생’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국가 경제 성장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선 기업과 노동 두 축이 함께 가야 한다는 의중을 재차 드러낸 셈이다.
이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오찬을 가졌다. 대통령과 양대 노총 수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3월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민주당 대표 시절 양대 노총을 방문해 “노동 조건 개선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라며 노동 문제 해결에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대통령의 의지는 국정 운영 면면에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SPC 삼립 시흥 공장을 방문해 사망 사고 방지 대책을 논의했고 지난달 6일에는 연속적 인명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할 것과 건설면허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그간 “노동자의 사망 위험을 감수하는 게 기업의 이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여권의 친노동 기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4일 본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을 처리했고,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를 의결했다.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란 경영계의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가 경영진을 고소한 데 이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HD현대중공업, 한국GM 노조가 임금협상 등에 난항을 겪으며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 ‘대화’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 경사노위 참여 제안도
정부는 이러한 노조의 집단행동이 노란봉투법과 상관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우려를 다잡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노조법 개정으로 사용자 측이 너무 부당하게, 불리하게 된 거 아니냐는 걱정을 해서 ‘제가 보기엔 그럴 일이 별로 없다’, ‘법원에서 인정하는 것을 입법화하는 것뿐인데 그런 게 있나’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지만 잘 안 믿는다”고 했다.
그간 경제 성장을 위해선 노사가 모두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양대 노총이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로 시작된 경사노위는 기업과 노동자 정부가 모여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로 역할을 해왔으나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이 지난 2023년 6월 경찰에 폭력진압에 반발해 불참을 선언하며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제일 큰 과제가 포용과 통합”이라며 “일단 대화를 해서 오해를 풀고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는 적대감 같은 것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만나서 싸우든 말든, 결론을 내든 말든 해야지 왜 아예 안보는 걸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사회안전망 문제, 기업들의 부담 문제, 고용의 안정성과 유연성 문제 이런 것들을 터놓고 한번쯤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 대통령의 제안에 양대 노총은 “긍정적 검토를 해보겠다”는 답을 내놓았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경사노위가 좋은 의미에서 출발한 위원회긴 하지만, 이전 정부 등에서 상처가 있는 위원회라 다들 긍정의 의사를 내비치지 못하는 걸 이해한다고 했다”며 “결국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 아니겠나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양대 노총은 노동계의 관심 현안을 이 대통령에게 전했다. 한국노총은 법정 정년 65세 연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각별한 관심과 주 4.5일제 시범 사업 도입 등을 요청했고 민주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 및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을 요청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사측을 제외한 노동계와 정부의 교섭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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