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콜마비앤에이치(200130)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영업이익·순이익 모두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하며 흔들리고 있다. 동시에 윤여원 대표가 남편과 김앤장을 앞세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실적 악화와 지배구조 리스크가 결합된 이중 악재로 평가된다. 단순한 남매 갈등을 넘어 '배후자(背後者)의 노림수'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적 악화 뚜렷…매출·이익 모두 역성장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콜마비앤에이치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30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43억원(–17.6%), 당기순이익은 81억원(–33.0%)으로 낙폭은 더 컸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4.7%로 전년(5.3%)보다 0.6%포인트(p) 하락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2%에 그쳐 업계 평균(6~8%)에 크게 못 미쳤고, ROA(총자산이익률) 역시 2.1%에 머물렀다. 부채비율 54.8%, 유동비율 156% 등 재무안정성 지표는 양호하지만, 수익성과 성장성 지표는 동시에 악화된 셈이다.
실적 부진은 장기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영업이익은 2020년 1092억원에서 △2021년 916억원 △2022년 611억원 △2023년 303억원 △2024년 246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18%에서 지난해 4%로 떨어졌고, 올해 1분기에는 2.6%까지 추락했다.
윤여원 대표가 2020년 공동대표로 선임된 뒤 2024년 단독대표에 오르면서, 리더십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이다.
◆윤여원 대표, '남편+김앤장' 전면전…임시주총 변수 확대
실적 부진에도 윤여원 대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남편 이현수 변호사와 김앤장을 앞세워 약 20명 규모의 법률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주주명부 열람, 임시주총 대응, 합의서 해석 소송 등 전방위 전략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쟁점은 2018년 체결된 3자 합의를 '부담부 증여'로 인정받아 윤상현 부회장의 권한을 제약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시장에선 "실적이 흔들리는 와중에 과도한 법적 대응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대전지방법원이 콜마홀딩스(024720)를 채권자로 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인용했다. 판결에 따라 채권자는 2025년 8월28일 기준 주주명부를 본점에서 7영업일간 열람·복사할 수 있다. 불이행 시 회사는 하루 2억원의 간접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서류 열람 권한을 넘어 임시주총 소집과 의결권 확보 전략의 출발점이 된다. 법원이 채권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주총 국면에서 윤여원 대표 측의 방어 전략은 더욱 복잡해졌다. 사실상 분쟁 2라운드가 열린 셈이다.
◆창업자 윤동한 회장, 첫 법정 발언
분쟁 국면이 격화되면서 창업주 윤동한 회장까지 직접 법정에 나섰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3일 대전고등법원에서 열린 '위법행위 유지 등 가처분 신청' 항고심 심문기일에 윤 회장이 출석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이 법정에서 경영권 분쟁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저는 한국콜마를 창업한 윤동한"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이런 쟁송을 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 측에서 먼저 법정에 세워 할 수 없이 나오게 됐다"며 이번 사태의 발단이 윤상현 부회장 측에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이 모든 문제가 합리적 판단과 상식적인 선에서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심경을 밝혔다.
해당 가처분은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홀딩스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사내이사 선임을 추진한 것이 절차상 위법하다는 취지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임시주총 소집 허가에 대해 대법원에 특별항고를 제기했으며, 동시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임시주총 소집 및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도 병행 중이다.
재판부는 쌍방에 오는 9월7일까지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임시주총 일정과 맞물려 9월 중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관계자는 "창업자가 평생 일군 회사를 지키기 위해 법정에 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가족 갈등이 아닌 회사와 주주의 미래가 달린 문제로, 끝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급락·소액주주 불신…불안 심리 확산
다만 이번 분쟁은 단순한 '부녀 연합 대 장남 단독'의 구도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의사결정의 방향성과 법률 전략의 정교함이 단순 가족회의 차원을 넘어선다는 게 그 이유다.
시장도 불안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콜마 주가는 5월 장중 8만8000원까지 치솟으며 5년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최근 한 달 새 –18.9%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4.2%)을 크게 웃도는 낙폭이다.

소액주주들도 불만을 쏟아낸다. 윤 대표가 2022년 7억1000만원, 2023년 12억9000만원, 2024년 17억8000만원을 보수로 수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적 부진에도 연봉만 치솟는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윤 대표의 지분율은 7.78%에 불과한 반면, 소액주주 비중은 36.68%에 달한다.
실제로 이날 관련 종목 토론방에는 "개미투자자들 깡통계좌 돼 가는데 가족끼리 밥그릇 싸움한다"며 주가 하락의 원인이 경영권 분쟁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밖에도 오너가의 최근 행보를 지적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콜마그룹은 K-뷰티 ODM 1위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뚜렷한 입지를 확보해왔다"며 "그러나 현재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 경영권 분쟁, 배후자의 개입 가능성이라는 삼중 리스크에 놓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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