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끝난 것 같은데. 내년을 기약해야죠.”
류현진(38, 한화 이글스)은 지난달 2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한미통산 200승에 대해 위와 같이 얘기했다. KBO리그 통산 114승, 메이저리그 통산 78승이다. 한미통산 192승. 내심 올해 한미통산 200승 달성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야구가 늘 사람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다. 류현진은 올 시즌 22경기서 6승7패 평균자책점 3.48이다. 충분히 준수한 시즌을 보내지만 유독 야수들, 불펜 투수들과 궁합이 안 맞는다. 류현진이 잘 던졌는데 타선이나 불펜이 도움을 안 준 경우가 많다. 한화 타선이 올해 상대적으로 안 터지는 면이 있어도 원투펀치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등판경기에는 비교적 잘 터진다.
류현진은 늘 그랬듯 덤덤했다. 동료들이 일부러 그랬던 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는데 우연치 않게 결과가 그랬을 뿐이다. 어차피 류현진은 내년부터 6년간 한화에서 더 뛴다. 한미통산 200승은 결국 언젠간 하게 돼 있다.
류현진은 “내 승리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했다. 모든 선발투수의 마음이 그렇다. 그러나 올해 한화가 대기록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류현진이 9월에 바짝 힘을 낼 것을 바라는 한화 팬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화는 8월까지 폰세 16승, 와이스 14승, 문동주 10승이다. 류현진만 10승을 달성하면 선발승 10승 4인방을 배출한다. 이는 2012년 삼성 라이온즈 장원삼(17승)-미치 탈보트(14승)-배영수(12승)-브라이언 고든(11승), 2015년 삼성 윤성환(17승)-차우찬(13승)-알프레도 피가로(13승)-타일러 클로이드(11승)-장원삼(10승), 2016년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22승)-마이클 보우덴(18승)-유희관(15승)-장원준(15승), 2018년 두산 세스 후랭코프(18승)-조쉬 린드블럼(15승)-이용찬(15승)-유희관(10승), 2020년 KT 위즈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15승)-소형준(13승)-배제성(10승)-윌리엄 쿠에바스(10승)까지 3개 구단이 다섯 차례만 달성한 대기록.
사실 이미 1위 LG 트윈스가 성공하기 일보 직전이다. 요니 치리노스와 임찬규가 11승, 송승기가 10승, 손주영이 9승이다. 손주영이 최근 5경기 연속 승수를 쌓지 못하면서 극심한 아홉수에 빠졌다. 그래도 아직 정규시즌 종료까지 1개월이 남은 만큼, LG는 올해 무난히 대업을 달성할 전망이다.
LG에 이어 한화까지 선발승 10승 4인방을 배출하면 KBO리그 43년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에 두 팀이 선발승 10승 4인방을 배출하게 된다. 이게 가능하려면 류현진이 힘을 낼 필요는 있다. 물론 대기록, 진기록을 위해 야구를 하는 건 아니지만, 이것도 구단의 역사라면, 어차피 대권에 도전하는 팀이라면 야구 역사책을 좀 더 풍성하게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류현진은 2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한다. 김경문 감독은 6연전이 없는 9월 잔여일정에 선발투수의 나흘 휴식-닷새만의 등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류현진은 2일 이후 9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16일 광주 KIA전, 24일 인천 SSG 랜더스전, 30일 대전 롯데전에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6승이다. 한화의 정규시즌 순위가 이달 중순 이후 굳어질 경우 30일 최종전에는 등판을 건너뛸 가능성도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결국 9월에 등판하는 모든 경기서 다 승리투수가 돼야 10승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올해 류현진이 유독 승운이 없는 걸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여전히 류현진이고, 한화도 저력이 있는 팀이다. 불가능하다고 못 박을 필요도 없다. 한화가 9월에 또 다른 대기록에 도전한다. 2일 등판부터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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