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교섭’ 초강수 띄우는 하청 노조…노란봉투법에 ‘회장님’도 줄소송

마이데일리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미국발 관세 폭탄으로 수출길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후폭풍이 산업계를 덮치고 있다.

비정규직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재계 총수들을 겨냥한 손배소송도 불사하면서 노사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3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8341만달러(약 4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억8255만달러) 대비 25.9% 줄어든 것으로, 지난 2023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수출액 기준으로는 2021년 3월 이후 4년 4개월 만의 최저치다.

앞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6월부터는 관세율을 50%로 높였다. 여기에 지난 18일부터는 407종의 파생상품에도 50%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관세로 인한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란봉투법’ 시행까지 맞물리며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현대제철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근로자 지위 인정 촉구’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현대제철이 파견법을 위반해 하청 노동자를 착취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자회사 전환을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제철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를 가지면서도 교섭을 거부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대검찰청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상대로 ‘현대차그룹·현대제철 파견법 위반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고소인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안동일 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노조는 지난 현대제철이 노조를 상대로 한 20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2021년 노조는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50일간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점거 및 농성 행위를 벌였다. 이에 현대제철이 노조원 180명을 상대로 200억원대, 461명 상대로 46억원 손배소를 제기했다.

노조들이 이같은 집단 행동을 전방위로 나서기 시작한 배경에는 노란봉투법이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다. 사실상 하청·비정규직 노조에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9회 국무회의(임시)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산업계 전반으로 퍼진 ‘직접 교섭’…경영계 “기업 정상 경영 위협”

이렇듯 하청·비정규직 노조가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투쟁 수위를 높이자 산업계 전반으로 직접 교섭 요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도 노란봉투법이 통과되자마자 한화오션에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이들은 한화오션이 지난 2022년 6월 도크를 점거하며 51일간 파업한 하청노동자회 소속 노조 간부 5인을 상대로 470억원의 손배 소송을 취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향후 노조가 무분별하게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이 일상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전해왔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안 수정 촉구 경제계 결의대회’에서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노조법 개정안은 협력업체 노조의 원청업체에 대한 쟁의행위를 정당화하고, 기업의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아 우리 경제를 위태롭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계는 그간 손해배상액 상한제와 급여 압류 금지 등 대안을 제시하며 현행 사용자 범위 유지, ‘사업경영상 결정’의 쟁의 대상 제외를 요구해왔다”며 “노동쟁의 대상에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포함되면 기업은 산업 구조조정이나 해외 투자 등 정상적 경영활동을 이어갈 수 없다”고 호소했다.

노란봉투법은 시행까지 아직 6개월의 유예기간이 남아 있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대통령 공포를 거쳐 내년 3월 초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제도 안착을 위해 현장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내달부터 태스크포스(TF) 형태의 ‘노조법 2·3조 개정 현장지원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TF는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을 단장으로 총괄팀장 산하 3개 팀으로 구성되며, 현장에서 수렴된 우려와 쟁점들을 법리 검토한 뒤 관련 매뉴얼과 지침으로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제도 취지를 강조했다. 지난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그는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며 “대한민국은 이제 모든 분야에서 국제적인 기준과 수준을 맞춰가야 한다. 현장에서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빈틈없이 준비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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