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둘러싼 신라·신세계와 인천공항공사의 갈등이 결국 결렬 수순으로 흘러가고 있다. 면세업계가 임대료 인하 요구를 일부 후퇴시키며 법원 조정을 시도했지만, 인천공항공사가 2차 기일에도 불참하면서 협상은 사실상 무산됐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강제 조정이나 본안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며, 최악의 경우 두 면세점이 1900억원 규모 위약금을 감수하고 철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2차 민사조정 기일에는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측만 참석했으며 인천공항공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업계에 따르면 면세사업자들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인하 요구 수준을 기존 40%에서 30~35%로 낮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조정기일 불참 방침을 고수했다. 앞서 14일 열릴 예정이었던 조정 절차에도 불참하면서 기일이 연기됐으나 이번에도 같은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두 면세점의 임대료를 깎아주면 배임 행위는 물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도 있다. 두 면세점에 대해 임대료 인하는 불가해 조정에 참석할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법원은 직권 조정안을 내기로 했다. 직권 조정은 당사자에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조정안을 직권으로 제시하고 일정 기간 내 이의가 없으면 확정되지만 당사자가 이의를 신청하면 실효된다.
반면, 인천공항공사는 법원의 조정안이 나오더라도 불응한다는 방침이다. '인하 불가' 사유로는 △위법 소지 △타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 △입찰의 공정성 훼손 △향후 입찰의 부정적 영향 등을 들었다.
'임대료 인하'를 위해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소송을 제기하거나 19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고 철수하느냐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만약 양사가 철수하게 되면 대체 주자로서 가장 가능성이 큰 곳은 롯데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보따리상 의존도를 줄이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흑자를 기록했지만, 매출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CDFG도 인천공항을 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CDFG가 중국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국내 기업과 합작법인 형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CDFG는 지난해 베트남 대형 유통사 IPPG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면세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신라·신세계로서도 쉽게 폐점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폐점을 선택할 경우 1900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부담해야 하고, 퇴점 시 경쟁사가 더 낮은 조건으로 들어올 수 있어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9월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하면서 이후 기대되는 매출 회복 효과 때문에 발을 빼기가 더욱 힘들어진 상태다.
인천공항 면세구역에 입주해 있는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5월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공항 제1·2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내용의 조정 신청서를 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 부진, 해외 직구 등 소비 패턴 변화 등 때문에 면세점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두 면세점은 중국 관광객 감소와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지난해 신라는 910억원, 신세계는 87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각각 163억원과 39억원의 적자를 냈다.
임대료 체계는 이 같은 손실을 심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인천공항은 2023년부터 여객 1인당 고정 단가 방식을 도입했다. 당시 신라는 1인당 8987원, 신세계는 9020원을 써내 10년 사업권을 확보했다. 여객이 늘수록 비용이 자동으로 불어나는 구조다. 현재 두 회사는 매달 약 300억원대에 달하는 임대료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이 늘면 이익은 줄어드는 구조적 모순에 빠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과 인천공항의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면세산업 전반에도 부정적 파장이 불가피하다"며 "만약 면세점들의 철수가 현실화 할 경우 매출 공백뿐 아니라 인천공항 면세사업 구조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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