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왔다” CJ·농심·삼양 3·4세, 신사업 선봉…세대교체 성패는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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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왼쪽부터), 신상열 농심 전무,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 /각 사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식품·유통 업계에서 1990년대생 오너 3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28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CJ·농심·삼양의 1990년대생 오너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K-푸드의 세계화를 이끌 젊은 리더십에 기대가 쏠리지만, 성과로 검증받지 못하면 승계 명분이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도 마주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오는 9월부터 지주회사 CJ에 신설되는 미래기획실장을 맡는다.

미래기획실은 이번에 새로 신설되는 조직이다. 중장기 비전 수립과 신성장 동력 발굴을 전담한다. 미래 먹거리 사업을 기획하고 전략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게 되며, 사실상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한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선호 미래기획실장 내정자는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아 글로벌 식품사업 대형화를 진행해본 경험을 토대로 그룹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앞장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선호 실장이 지주사로 복귀하는 것은 2019년 이후 약 6년 만이다. 그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외손자로, 이 회장의 1남 1녀 중 장남이다. 1990년 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했으며,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바이오사업부 관리팀장, CJ그룹 경영전략실 등을 거쳤다.

2018년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 인수 후 통합(PMI)을 주도하며 북미 시장 안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부터는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서 사내벤처·혁신조직 육성과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 '퀴진K'를 기획하는 등 그룹의 글로벌 식품사업 확대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진두지휘하며 승계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농심 본사 전경. /농심

농심 신상열 전무도 식품업계 또 다른 3세 경영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1993년 생으로 입사 5년 만에 전무 자리에 오르며 '초고속 승진' 기록을 세웠고, 신동원 회장의 장남으로서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전면에 나섰다.

신 전무는 미국 컬럼비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2019년 농심에 입사했다. 첫해 경영기획팀 사원으로 출발해 1년 만에 대리, 2021년에는 만 29세 상무로 발탁되며 농심 사상 첫 20대 임원이 됐다.

지난해 1월에는 신설된 미래사업실 실장을 맡았다. 미래사업실은 농심의 중장기 비전 수립과 신사업 발굴, 글로벌 M&A 검토를 총괄하는 핵심 부서로, 회사의 성장 방향을 결정짓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그는 같은 해 11월 정기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업계에서는 신 전무가 앞으로 대내외 신사업 추진과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직접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동남아 스낵·가공식품 △중동 스마트팜 △아시안 누들·파스타 △건강기능식품 등이 꼽힌다.

농심 관계자는 "올해 창립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신 전무는 향후 농심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9월 14일 서울 종로구 누디트 익선에서 열린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에서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가 발표 하고 있다. /뉴시스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병우 상무 역시 식품업계에서 손꼽히는 젊은 후계자다.

그는 삼양식품 창업주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로서, 현재 그룹을 이끄는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다. 1994년생인 전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9년 삼양식품에 합류, 해외전략부문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전 상무는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전략운영본부장(CSO) 겸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을 맡아 그룹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전병우 상무의 경영 키워드는 단연 '신사업'이다. 그는 라면 중심의 매출 구조를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의 폭발적 인기 속에 성장했지만, 매출의 90% 이상이 불닭 브랜드에서 나오는 편중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전 상무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품 다변화와 사업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담서원 오리온 전무. /오리온

오리온 담서원 전무(1989년생)는 90년대생은 아니지만 역시 세대교체 흐름에 포함되는 인물이다. 창업주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의 장남이다.

뉴욕대 커뮤니케이션학과와 베이징대 MBA를 마친 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했다. 2018년 오리온에 합류한 이후 경영지원팀에서 사업전략 수립부터 글로벌 사업 지원, 신사업 발굴까지 폭넓은 실무를 담당해왔다. 또한 바이오 계열사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사내이사로 참여하는 등 신사업 전환에도 관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3세들 모두 해외 유학파로 글로벌 감각을 갖췄다"며 "이들은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공략을 통해 전통 산업에 혁신을 불어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들은 단순한 지분 상속이 아닌 실제 성과로 평가 받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며 "신사업 성패가 그룹 전체의 성장 전략을 좌우하는 만큼, 3세 경영 체제는 혁신의 기회이자 동시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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