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탕온탕’ 오가는 車파업…KGM·르노 ‘합의’ vs 현대차·GM ‘진통’

마이데일리
지난 18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지부 2층 대회실에서 2025년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석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KGM과 르노코리아는 노사가 합의점을 찾으며 협상을 마무리한 반면, 현대차와 한국GM은 임단협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지난 4월 상견례 이후 13차례 교섭 끝에 마련한 잠정 합의안이 지난달 25일 조합원 총회에서 과반 찬성으로 통과되며 올해 임금협상을 가장 먼저 타결했다. KGM 역시 지난 6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15차 교섭 끝에 지난달 30일 잠정 합의안에 이르렀다.

반면 업계 맏형격인 현대차는 교섭이 부진하다. 지난 6월 상견례 이후 17차례 협상을 이어왔지만 진전이 없자, 노조는 지난 13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25일 전체 조합원(4만2180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파업 돌입을 위한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파업 위기에 놓이자 이동석 현대차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현대차의 새로운 50년, 100년을 위해 노사가 다시 한 번 대화와 협의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교섭 재개를 요청했다. 노사는 전날 가까스로 18차 교섭을 재개했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노사는 통상임금 확대, 각종 수당 인상 등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추후 노조와 실무 협의를 통해 협상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파업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노조는 교섭 재개에 앞서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내달부터 연장근로와 토요일 특근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상무집행위원들은 선전전과 철야농성에 돌입했으며, 조합원이 참여하는 사측 교육도 중단한 상태다. 노조는 회사가 조합원을 납득시킬 만한 협상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파업 일정까지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GM 부평공장. /뉴시스

노조 요구안에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 확대, 수당 인상 및 신설 등이 담겼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최장 64세)로 연장, 주 4.5일제 도입, 상여금을 현재 통상임금의 750%에서 900%로 인상 등도 포함돼 있다.

한국GM은 상황이 더욱 위태롭다. 올해 초 철수설이 불거진 데 이어 지난 5월 직영 서비스센터 9곳과 인천 부평공장 유휴부지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생산 차량의 90%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상 15% 관세 부담이 더해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정부와 약속한 사업 유지 기간(2027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GM 본사의 전략 변화 역시 한국GM을 압박하고 있다. GM은 최근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2028년까지 미국 현지에서 신차 5종을 공동 생산하기로 했는데, 이 중 한국GM 주력 생산 모델이었던 소형차도 포함돼 있어 생산 거점이 미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매각 계획 등에 강하게 반발하며 올해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연이어 파업에 나섰다. 지난 25일에는 인천 부평공장 조립사거리에서 철야농성을 벌이며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고, 26일에도 같은 방식의 파업을 이어갔다. 노조는 오는 29일까지 매일 4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하며 투쟁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필수 유지 부서를 제외한 특근도 전면 거부했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순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의 500%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미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노조는 이를 바탕으로 사측에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매각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기아는 가장 막자비로 임단협 협상을 진행 중이다. 노사는 지난 12일 경기 광명 소하동 오토랜드 광명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 협상 테이블에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과 함께 지난해 영업이익의 30%에 달하는 3조8000억여원의 성과급을 조합원(전 종업원)에게 지급해 달라는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별도 요구사항으로 통상임금 관련 조합원 특별위로금 2000만원을 비롯해 만 64세까지 정년 연장, 주 4일 근무제 도입도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결국 회사와 노동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조속히 합의점을 찾아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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