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미국 정부가 오는 29일(현지시간)부터 소액 소포 면세 혜택을 폐지하면서 국내 유통·화장품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K뷰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 온 역직구(해외 소비자의 국내 온라인 구매) 시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00달러 이하의 수입품은 더 이상 면세 대상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소비자는 29일부터 한국산을 포함한 모든 해외 상품 구매 시 금액과 관계없이 15% 관세를 부담하고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의 역직구 시장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은 1조7225억원으로 2019년 대비 154% 증가했다. 이 중 미국 매출은 3448억원으로 중국(56.8%)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화장품은 역직구 성장의 핵심 품목으로, 올해 2분기 해외 직접 판매액은 40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늘었다.
800달러 이하 소포는 대부분 화장품과 패션상품이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민간 특송 서비스로 이뤄지기 때문에 관세 15%를 받는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사실상 가격 인상이 되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소액 소포 면세제 덕분에 가격 경쟁력과 통관 절차 없이 빠른 배송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제도 폐지로 사실상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단기적인 성장 둔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기업은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아모레몰’을 운영 중인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전용 상품과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글로벌 아모레몰 방문객 중 70%가 미국 고객이었다. 아모레 관계자는 “통관 시 관세 납부라는 추가 절차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업데이트 되는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은 글로벌몰 이용 고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는 29일부터 내달 4일까지 대규모 글로벌 세일을 진행하고, 이후에도 정기 할인과 차별화된 프로모션을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올리브영 글로벌몰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웃돌았다.
컬리도 최근 ‘컬리 USA’ 서비스를 사전 오픈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 현지 한인 대상 한국 식료품과 화장품 등을 48시간 내 배송하는 역직구 서비스다. 컬리는 25일부터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초대장을 받은 고객만 제한적으로 받고 있다. 컬리 관계자는 “관세 보다 통관에서 개별 물품 단위로 검토가 이뤄지는 게 더 큰 부담”이라며 “신선식품 등의 주문이 한꺼번에 몰릴 때 통관 신속하게 안 되면 48시간 내 배송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한국 식료품몰인 ‘마이K마켓’(myKmarket) 등 현지 식료품몰은 ‘추가 통관 수수료는 구매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공지문을 띄우고 고객에 안내하고 있다.

유통·화장품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역직구 성장세를 둔화시킬 수는 있지만 K뷰티와 K컬처의 인기가 견조한 만큼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미국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에 있다”며 “이번 조치는 프랑스·일본 등 경쟁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K뷰티 열풍과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를 고려하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25일 미국 관세정책 변경에 항공 소포 접수를 중단하면서 일시적인 배송 차질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역직구는 대부분 민간 특송을 이용하는 만큼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정사업본부도 민간과 연계한 EMS 프리미엄 서비스는 정상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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