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금융사고 시기 '미상' 수정…임종룡‧정진완 부담 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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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완 우리은행장(사진 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사건 이후 국내 금융사고 ‘제로’를 자랑하던 우리은행에서 24억원 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첫 공시에서 금융사고 발생 일자를 구체적으로 명시했지만 두 시간 후 ‘미상’으로 수정했는데, 우리은행 측은 ‘정확한 사고 발생 시기 변경 가능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일각에서는 지주‧은행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 손상 부담을 덜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책무구조도’ 적용 원년인 올해부터 발생하는 금융 사고에 대해서는 현 경영진이 책임자로 지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고 발생이 올해인지 아닌지가 중요해진 이유다.

26일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고 공시 정정과 관련해 마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수사기관 조사 후 사고 시점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공시를 다시 한 것”이라며 “(첫 공시에는) 여신 기간 등을 추측해 일단 공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오후 6시께 홈페이지 공시를 통해 금융사고 발생을 알렸다. 금융사고 내용은 담보권이 설정된 기계 기구를 외부인이 임의로 매각한 건으로 사고 금액은 24억2280만원으로 확인됐다. 사고 기간은 지난 2023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2년 동안으로 올해 상반기가 포함되며, 우리은행은 채권 부실화 이후 사후관리 과정에서 해당 사고를 발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2시간여가 지난 오후 8시께 우리은행은 해당 공시의 사고 발생일 및 기간을 ‘미상’으로 변경해 재공시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측은 더 확인할 부분이 있었다는 이유를 대면서도 책무구조도 적용 이전에 발생한 사고라는 데 집중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원래 금융 사고 공시는 빈번히 수정되기도 하는데 (사고 시기 관련해) 자세하게 더 확인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대출이 최초 취급된 시기는 책무구조도가 시행되기 훨씬 이전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출 최초 취급 시기와는 별개로 제도 시행을 본격화한 올해까지 사고 기간이 지속, 부실화될 때까지 부정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진완 우리은행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내부통제 관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책무구조도는 고위 임원(내부통제위원회 등)을 비롯해 최고경영자(CEO)에 내부통제 감독 및 제재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CEO는 해임 요구 및 직무 정지 등 중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은행에서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행장은 물론, 지주 회장까지도 사고 책임자가 될 수 있는 해석이 나온다. 자회사의 준법감시 업무를 담당하는 지주 준법감시인을 지주 회장이 감독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내부통제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주 회장은 똑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는 자회사를 감독할 자기 고유의 의무가 있다”며 “책무구조도에 대한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은행장이나 자회사 대표나 주요 임원에 대해 지도 감독해야 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한편, 내년 초 임 회장이 연임 심판대에 오르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살얼음을 걷는 분위기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올해 하반기 가장 까다로운 이슈로 임 회장 연임을 지목한다는 전언이다. ‘책무구조도 1호 제재’ 대상에서 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 회장 뿐 아니라 정진완 신임 행장 역시 금융 사고는 리더십 손상을 야기하는 사건이다. 정 행장은 내부통제 관련 이슈를 잠재우는 동시에 우리은행 신뢰 회복에 제격인 인사로 이사회 추천을 받았다. 정 행장은 취임을 앞두고 “최근 일련의 금융 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00억원대 해외법인 금융사고…우리금융 내부통제 이상무?

이번 금융 사고는 지난 6월 초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우리소다라은행에서의 금융사고 적발 뒤 두 달 만에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우리금융 내부통제에 빈틈이 생겼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우리소다라은행에서는 현지 거래처 사기로 1078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막대한 충당금 적립으로 603억8400만원 적자가 났다.(반기 말 기준) 지난해 말 기준 567억6800만원 흑자와 비교할 때 큰 폭 손실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우리은행이 90.8%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해외현지 법인 중 규모가 가장 크다.(6월 말 기준 지점 31개, 출장소 130개)

우리소다라은행이 해외법인이지만 자회사에 대한 감독 책임 권한은 우리은행장에 있다. 본지 확인 결과 이 사건과 관련해 관리 감독상의 문제였는지 영업상 현지 법인의 귀책이었는지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조사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외법인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1차적으로 현지 법인장에 책임이 있지만 우리은행의 관리 감독 하에 있는 것도 맞다”면서도 “어쨌든 (사고 발생) 시점 자체는 책무구조도 시행 이전”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해외법인 금융사고라도 국내 책무구조도에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책무구조도 관련 인사는 “우리은행 해외투자 담당 임원은 (해외법인인) 자회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책무가 있을 것”이라며 “해외법인은 결국 해외 투자의 개념인데, 자회사 해외 투자를 담당하는 임원을 평상시에 잘하도록 총괄적으로 관리해야 될 주체는 결국 대표이사(행장)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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