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은행권이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과 교육세에 이어 조단위 과징금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건전성과 수익성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생금융과 과징금 부과로 올해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의 세전 이익이 최대 4조5664억원(18.3%)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생금융 집행액은 총 5조5767억원으로 예상된다. 4대 은행의 상생금융 지원액은 2022년 7219억원, 2023년 8960억원, 2024년 2조2860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는 전년의 2배 이상이 추가로 늘어나는 셈이다.
우선 은행권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배드뱅크 설립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설립 재원 8000억원 중 3500억원을 출자할 방침이다. 배드뱅크는 부실 자산이나 채권을 할인 매입해 정리하는 기관이다.
생산적 금융을 위한 10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에도 출자해야 한다. 생산적 금융이란 부동산 대출 중심 영업 대신 기업에 대한 대출·투자 등을 늘리자는 것이다. 은행별로 1조~2조원가량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는 지분 소유 및 배당 수령이 가능한 출자 형태를 띠고 있지만, 투자 분야 리스크가 크고 투자 기간도 매우 길 것으로 보여 사실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상생금융과 비슷한 맥락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교육세율도 2배로 오른다. 세제개편안에 따라 금융·보험업권의 연간 수익금액 1조원을 초과하는 구간에 대해 교육세율을 현행 0.5%에서 1%로 올라갔다. 이에 따라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연 5000억원 내외를 내고 있었으나 앞으로는 1조원 이상 부담하게 됐다.
앞서 은행연합회·여신금융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등은 공식 의견서를 내고 교육세 인상에 반대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원안대로 국무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또 다른 문제는 조 단위 과징금이다. 연내 결론날 것으로 예상되는 LTV 담합 사건의 과징금 1조~2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4대 은행 세전 이익의 약 4~8% 수준이다.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 산정 기준은 판매수수료가 아닌 판매액으로 결정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큰 금액을 부과할 예정이다. 은행권 판매액 15조4000억원을 기준으로, 과징금 부과율 최대 50%를 적용하면 7조원 이상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최악은 아니더라도 1조원 이상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순이익이 많이 났다는 이유로 목적에 맞지 않는 목적세 인상과 과도한 과징금을 매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표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육세는 목적세인데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고 생산적 금융에 사용하는 건 문제”라며 “생산적 금융에 어떻게 사용한다는 건지도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H지수 ELS는 손실 보상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익이 많이 났다고 해서 과징금을 크게 매기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수익성뿐 아니라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홍콩 ELS 사태, LTV 담합 과징금이 현실화될 경우 운영리스크에 60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 LTV 과징금 2조원과 ELS 과징금 50%이 부과될 경우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해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약 0.37%p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불거진 석유화학 업계 구조개편도 은행권 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더한다. 금융권의 석유화학 업계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약 30조원이고 이 중 시중은행이 절반 이상을 갖고 있다.
정부는 금융권에 대출 회수 연기, 상환 기간 연장, 금리 감면 등을 요청했다. 석화업계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면 부실리스크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결국 순이익 감소와 CET1 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권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설 만큼, 은행권이 양호한 실적으로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뒷걸음질 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