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제약바이오업계에 성과주의 보상 체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약 승인, 기술 수출 등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임직원에게 성과급은 물론 주식까지 지급하는 제도가 속속 도입되면서, 업계 전반에 '성과가 곧 보상'이라는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는 올해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을 월 기본급의 100%로 확정했다. TAI는 매년 상·하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최대 월 기본급의 100%까지 지급하는 제도다.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업계 최고 수준의 보너스를 임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하면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올 상반기 삼바는 연결 기준 매출 2조5882억원, 영업이익 9623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성적표를 거뒀다.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수요 확대에 발맞춰 4공장을 가동하면서, 생산능력 증설이 곧바로 매출 증가로 이어진 점이 실적 호조를 뒷받침했다.
삼바는 이미 지난 1월에도 임직원 전원에게 연봉의 50%에 해당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했다. OPI는 전년도 경영실적을 기준으로 초과이익 20% 범위 내에서 연봉의 절반까지 책정할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연간 매출 5조6396억원, 영업이익 1조94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미약품은 최근 주식 기반 성과 보상제도를 새롭게 도입하며 업계 화제를 모았다. 단순히 현금 성과급을 지급하는 수준을 넘어, 임직원이 회사의 성장 가치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도다.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보상(RSA)은 임직원이 기존 성과 인센티브(PI)를 자기주식으로 수령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반기 평가 결과에 따라 PI 금액의 50~100%를 자기주식으로 받을 수 있다. 주가 변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회사가 일정 부분 보전한다. 직원 입장에서는 부담을 줄이면서도 장기적으로 주식 가치 상승을 통한 추가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지급(RSU)은 회사의 장기적 성과와 직결된다. 신약 개발 성공, 글로벌 기술 수출, 매출·이익의 큰 폭 성장 등 중장기 목표 달성 시 임직원에게 연봉의 최대 100%에 해당하는 주식을 차등 지급한다. 즉, 회사의 미래 가치 상승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개인 보상이 결정되는 구조다.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는 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중견 제약사도 성과 연계 보상을 강화하는 흐름에 합류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올해부터 세후 영업이익의 10%를 임직원에게 환원하는 새로운 이익배분제도를 운영 중이다. 회사가 매년 100억원 안팎의 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고정 성과급에 가깝다는 평가다. 단순 계산으로 영업이익이 100억원일 경우 10억원이 성과급 풀로 배정되며, 직원들은 한 달 급여 수준에 맞먹는 보너스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파마리서치도 상장 10주년을 기념해 임직원에게 월급의 100%에 해당하는 특별 성과급을 지급했다. 파마리서치는 지난해 매출 3497억원, 영업이익 125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매출 3000억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동시에 넘어섰다.
다만, 일각에선 성과주의 확산이 반드시 긍정적 효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적에 연동된 보상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에만 집중하거나, 기술 수출 계약 등 '숫자 맞추기'식 전략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초연구와 플랫폼 기술 같은 장기 프로젝트가 소외될 수 있고, 내부 직원들이 지속적인 성과 압박 속에서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성과주의가 단기 성과 중심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해법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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