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고강도 규제 카드를 꺼냈다. 6.27대책에 이어,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시행되면서 규제 강도는 크게 높아졌다.
6.27대책에 따라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한도는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됐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도 최대 1억원으로 묶였다. 신용대출 한도는 차주별 연소득 이내로 축소됐다.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관리도 강화됐다. 정책대출을 제외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목표는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줄었다. 디딤돌대출, 버팀목,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은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를 감축됐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되면서 대출 규제는 강화됐다.
거침없이 증가하던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지난달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2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6월 증가폭(6조5,000억원) 대비 크게 축소된 수준이다. 정부는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의 한숨은 부쩍 깊어졌다. 심사 기준이 강화되고 신규 대출 공급이 줄면서, 대출 문턱을 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요 시중은행에선 초고신용자가 아니면 대출을 받기 어려졌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6월 중 신규취급한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944.2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공시된 지난 2023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은 제2금융권으로 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강화된 대출 규제로 대출 여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업황 악화로 보수적인 영업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민 급전창구라고 여겨지는 카드론도 지난달 감소세로 전환됐다.
대부업계로 눈을 돌려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대부업계는 잇단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저하되자 대출 영업을 소극적으로 해오고 있다. 개점휴업 상태인 대부업체들도 부지기수다.
이에 강화된 대출 규제가 서민들의 자금줄을 틀어막고,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저신용자들의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몰릴 수 있다는 걱정 섞인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불법사금융 척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정부 기조에 발맞춰 대부업자, 채권추심회사, 대부중개사이트에 대한 일제 현장검사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불법·부당 채권추심, 불법 사금융 연계, 최고금리 위반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불법사금융’ 근절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다만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먼저 숨통을 트여주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치솟는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나, 이 과정에서 서민들이 벼랑 끝에 몰리는 일은 막아야 한다. 서민에 대한 자금공급에 포용적 관점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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