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남편과 함께 평생을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이혼이라니…. 그래도 제 몫은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필자가 이혼 소송 상담을 하다 보면 30년, 40년의 혼인 생활 끝에 이혼을 고민하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흔히 '황혼이혼'이라고 부르는 경우다. 오래도록 참고 살다가 결국 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심하지만, 이때 가장 큰 쟁점은 바로 재산분할이다. 특히 은퇴를 앞두었거나 이미 퇴직한 상태에서는 앞으로의 노후 준비와 직결되기 때문에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가 핵심 문제로 떠오른다.
사례를 보자.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 부부는 35년간 혼인 생활을 이어왔다. 남편은 대기업에서 정년까지 근무하며 안정적인 급여를 받아왔고, 아내는 전업주부로 집안일과 자녀 양육을 전담했다. 은퇴 후에도 부부는 거주하던 아파트와 함께 파주시 운정, 김포시에 각각 소형 상가 한 채씩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노후 대비용 금융자산과 퇴직금 일부도 남아 있었다. 그러나 오랜 갈등 끝에 아내는 결국 이혼을 결심했고, 재산분할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법적으로 재산분할은 민법 제839조의2에 근거한다.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하여 형성한 재산은 명의와 상관없이 공동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고, 이혼 시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원칙이다. 황혼이혼에서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쟁점은 바로 ‘기여도’다. 배우자가 경제활동을 통해 직접 소득을 벌어온 경우뿐 아니라, 가사노동과 육아 역시 재산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인정된다. 대법원 역시 이미 전업주부의 기여도를 폭넓게 인정하는 입장을 확립해왔다. 따라서 30년 이상 전업주부로 살아온 배우자라면,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이라 하더라도 50% 분할을 받을 수 있다.
황혼이혼의 특징은 단순히 부동산이나 예금에 국한되지 않고, 퇴직금과 연금까지도 주요 쟁점이 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은 각 법률에 따라 이혼 시 분할 대상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남편이 30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며 국민연금을 납부했다면, 그 중 혼인 기간과 겹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내가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면 노후 생활의 기반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또한 황혼이혼에서는 '소극재산', 즉 채무의 분담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자녀 결혼비용이나 생활비 대출 등으로 생긴 채무는 원인에 따라 재산분할에 반영된다. 은퇴 후에는 새로운 소득 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채무 정리가 곧 노후 안정과 직결된다. 이혼소송에서 가정법원은 채무 성격을 따져 가계 유지 목적이라면 공동 책임으로, 사치성 소비나 개인 투자라면 개인 부담으로 귀속시키는 경우가 많다. 결국 채무를 어떻게 구분·분담하느냐가 황혼이혼 재산분할의 핵심이다.
실무적으로는 몇 가지를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첫째, 혼인 기간이 길수록 전업주부 배우자의 기여도는 높게 인정된다. 둘째, 연금과 퇴직금은 반드시 누락 없이 청구해야 한다. 셋째, 자녀가 독립한 경우 양육비 대신 노후 생활비·의료비 부담이 고려된다. 넷째, 협의가 어렵다면 조정이나 소송을 통해 공정한 분할을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과정에서는 전문적인 법률 검토가 필수적이므로, 이혼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사례의 경우 가정법원은 아내의 전업주부로서의 35년 기여도를 높게 인정할 것이다. 남편 명의의 아파트와 상가, 예금, 그리고 퇴직금 일부를 포함한 재산분할 비율을 아내에게 절반 가까이 배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국민연금도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을 분할 청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아내는 노후를 대비할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황혼이혼은 단순한 부부 관계의 정리가 아니라, 인생 후반부 삶의 재설계와 직결된다. 재산분할은 그 설계의 기초다. 따라서 이혼을 결심하기 전에는 반드시 재산 내역을 꼼꼼히 파악하고, 누락 없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연금 분할의 청구 시효나 절차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황혼이혼의 재산분할은 과거의 기여와 현재의 사정, 그리고 미래의 노후까지 함께 고려하는 문제다. 눈앞의 억울함에만 매달리거나 체념하며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면, 정작 피해는 은퇴 이후의 자신에게 돌아온다. 사랑은 끝날 수 있어도, 함께한 세월이 쌓아 올린 재산은 분명히 존재한다.

김광웅 변호사(이혼전문) /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37기 수료/ 세무사 /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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