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조리사라는 직업은 외부에서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사람'으로 보인다. 실상은 육체노동의 연속이다. 무거운 식재료를 옮기고, 대형 냄비나 팬을 들고 조리하며, 반복되는 칼질과 손목·어깨 고정 동작을 하루 수 시간씩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어깨에 과부하가 누적되기 마련이고 그 결과 많은 조리사들이 병원을 찾았을 때 '회전근개파열' 진단을 받는다.
문제는 이렇게 생긴 질병이 과연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사고처럼 명확한 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본인조차도 단순한 퇴행성 질환으로 생각하고 넘기기 쉽다. 분명한 사실은 반복적이고 무리한 어깨 사용이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이라면 이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며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근로복지공단은 한 단체급식 조리사의 회전근개파열을 산재로 인정한 바 있다. 해당 조리사는 하루 평균 400인분 이상의 급식을 준비하면서 대형 솥과 프라이팬을 수시로 들어 올리고 무거운 재료를 어깨 높이 이상으로 옮기는 작업을 반복했다. 진료기록에 따르면 해당 근로자는 장기간 어깨 통증을 호소하다 결국 MRI를 통해 극상근 파열이 확인됐다. 의사도 업무 관련성을 명확히 언급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의 반복성·강도·지속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질병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산재로 인정했다.
이러한 사례는 조리사의 회전근개파열이 단순한 개인 건강 문제가 아니라 직업성 질환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산재 인정 여부는 결국 업무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 입증에 달려 있다. 즉 얼마나 자주, 얼마나 강하게, 얼마나 오랫동안 해당 부위를 사용해 왔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잘 정리해야 한다. 단순히 진단서 하나만 제출해서는 부족하고 업무 내용과 강도를 구체적으로 서술한 진술서, 동료의 증언, 진료기록, 의사 소견서 등을 종합해 제출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직무분석 결과나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서, 작업 동영상을 첨부하는 것도 유리하다.
노무사로서 이 일을 하다보면 회전근개파열 처럼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일수록 초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특히 조리 업무는 작업 자체가 육체적 부담이 크지만 사회적으로는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질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개인 책임으로 돌리기 쉽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일하다 병든 노동자가 제때 치료를 받고 생계 걱정 없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조리사의 회전근개파열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반복되는 작업 환경에서 병이 생겼다면 그것은 '노동의 결과'이지 '개인의 불찰'이 아니다.
어깨가 아파도 참고 일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지나야 한다. 조리사의 어깨를 노동의 현장 속에서 지켜내려면 그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아픈 어깨를 '산재'로 말할 수 있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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