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한항공(003490)이 LIG넥스원(079550)과 손잡고 1조7775억원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제안서는 9월 초 최종 제출 예정으로, 컨소시엄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 대한항공은 체계통합·기체 개조·제작, LIG넥스원은 전자전 장비 개발·탑재를 맡는다.
이번 도전은 단순한 신규 사업 참여가 아니라 한국 방산·항공 산업의 전략적 위상 강화와 직결됐다.
전자전기는 전시에 적의 레이더와 통신체계를 교란·마비시키는 특수임무기로, 현대전에서 눈과 귀를 무력화하는 핵심 자산이다. 한국군은 전자기 스펙트럼(EMS) 전력 확보 차원에서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외국산 중형 민항기를 개조해 임무 장비를 탑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신규 군용기 개발보다 신속히 전력화할 수 있는 현실적 선택이다. 특히 미국 공군의 EA-37B 사례 외에는 유례가 드문 고난도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기술적 도전이 크다. 이에 이번 사업은 단순 개조 차원을 넘어 한국이 글로벌 전자전기 개발국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대한항공은 민항기 개조·군용화·정비 경험에서 독보적 역량을 갖췄다. P-3C 해상초계기 성능개량, 백두 정찰기 사업, 대통령 전용기 운영·정비 등에서 항공기 안정성을 확인하는 비행안전 적합 인증(감항인증)을 확보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보잉 B777 여객기 10대와 에어버스 A330 6대를 화물기로 성공적으로 개조해 감항인증을 획득한 경험도 강점이다.

LIG넥스원은 KF-21 전자전 장비, 함정·잠수함 전자전 체계, 신형 백두 정찰기 임무장비 등에서 성과를 낸 대표 방산기업이다. 전자전 장비 개발 역량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양사의 협업은 기체 개조+전자전 장비 통합이라는 이번 사업 구조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는 단순한 군 전력 확보에 머물지 않는다. 전자전기는 다목적 특수임무기 시장에서도 활용도가 크다. 따라서 성공 시 한국은 자주국방 강화, 방산 수출 경쟁력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특히 방산 수출은 한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분야다. 이미 K-방산은 폴란드, 호주 등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항공전자전 분야는 아직 공백이 크다. 이번 사업은 대한항공과 LIG넥스원이 글로벌시장에 특수임무기 솔루션을 수출할 발판이 될 수 있다.
다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전자전기 개발의 핵심은 대형 안테나 장착과 기체 개조 후 안정성 확보다. 설계·운용 과정에서 미세한 균형 차이만 있어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방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장기간 사업 수행 과정에서 예산·일정 관리, 군 요구 성능 충족이라는 현실적 허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한항공은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 관리와 서비스·운영(Beyond Excellence)'이라는 기업의 미션 아래, 수많은 민항기를 운용하는 글로벌 항공업체로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이번 사업을 수행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업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도전이다"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우리 군의 전자기 스펙트럼전 수행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자주국방 실현과 국방력 강화에 기여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50여 년간 대한항공이 축적한 기술력과 인프라 그리고 LIG넥스원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유·무인 특수임무기 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방산 시장 진출과 수출 기회도 적극 모색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수주전은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이 한국 방산의 기술적 저력을 증명하는 시험대다. 성공한다면 한국은 전자전기라는 첨단 분야에서 글로벌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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