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tvN 토일드라마 '서초동'(극본 이승현 연출 박승우)이 지난 10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 속에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에 박승우 감독, 이승현 작가가 직접 화제의 장면에 얽힌 비하인드부터 배우들과의 호흡까지 생생한 비하인드를 고백했다.
▲ 이하 박승우 감독, 이승현 작가 일문일답
1. 첫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서초동'이 마침내 막을 내렸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박승우 감독 : 매번 작품이 끝나면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었는데 이번엔 어쩐지 섭섭한 마음이 더 큰 기분입니다. 오랫동안 준비했고 많이 애정했던 작품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함께 해준 제작진들과 시청해 주신 시청자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이승현 작가 : 많은 분에게 사랑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작품을 만든다는 건 제가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말을 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분들께서 자신들만의 대답으로 답변을 주신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하나의 작품으로 동시에 많은 시청자분과 대화를 나눈 기분입니다.
2. 방송 이후 직장인들의 현실을 반영한 공감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서초동'이 이토록 사랑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러한 반응을 예상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박승우 감독 :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판타지 속의 캐릭터들이 아니라 내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 가족들이 겪을 법한 일을 겪고, 내 친구들이 했던 것 같은 얘기들을 하고 내가 늘하고 있는 고민들을 하고 있는 어쏘 5인방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시청하시는 분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감정이입을 하거나 때로는 PTSD에 시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모든 감독과 작가들이 그렇겠지만 의도한 대로 반응이 나올 거라는 확신은 없기 마련인데 실제로 중반부부터 우리 인물들과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해 주시고 함께 울고 웃어주시는 걸 보며 기쁨과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이승현 작가 : '서초동'은 변호사들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꼭 변호사여야 하는 이야기는 아니길 바랐어요. 그 어떤 직업으로 치환해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길 바랐는데 그것이 잘 전달된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변호사의 세계는 조금은 특수한 세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이 사는 모습은 어디든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세계 사람에게서 나와 닮은 모습을 발견했을 때 느껴지는 묘한 위로가 있는데 그게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주인공들이 다루는 소송도 생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사건들로 채우려고 했고요.

3. 해외에서의 반응 역시 폭발적이었습니다. 해외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있었다면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박승우 감독 : 초반부부터 해외의 여러 나라에서 시청률 상위권에 랭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현실감이 없는 기분이었는데 마지막 방송을 말레이시아에서 단체 관람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조금 실감한 것도 같습니다. 우리 배우들의 인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생각도 하고 우리나라의 드라마들이 세계적으로 얻고 있는 인기에 힘입은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은 결국 세계 어디나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기에 우리 드라마 '서초동'에도 공감해 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기를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세계 여러 나라에도 방영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이렇게 먹고 살아간다는 것을 보다 잘 표현하기 위해 음식 장면이나 거리의 풍경들을 찍을 때 연출적으로 공들인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 점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현 작가 : 변호사는 글로벌한 직업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로컬한 직업이에요.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나라마다 법도 다르고 체계도 달라서 일하는 방식이나 생활이 모두 다르거든요. 한 나라에서 변호사라고 해서 다른 나라에서도 변호사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우리 주인공들이 겪는 딜레마나 느끼는 감정은 국경 없이 공감할만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부분이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잘 전달이 되었지 않았나 싶어요. 저희 드라마는 유독 밥을 먹는 장면이 많아요. 직장인한테 점심시간만큼 중요하면서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법의 이야기를 최대한 생활 가까이 끌어오고 싶어서 선택한 콘셉트기도 했고요. 시청자분들 중에서 '밥씬 좀 많이 넣어줘라. 밥씬 너무 소중해ㅠ'라고 해주신 반응들을 봤는데 시청자분들께서 그만큼 저희의 이야기에 스며드셨다는 뜻인 것 같아서 유독 그런 후기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4. '서초동'은 배우들의 감정선을 극대화하는 연출과 감각적인 영상미로 많은 호평을 받았는데요. 특히 어쏘 변호사들의 케미스트리를 극대화하는 감독님만의 연출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승우 감독 : 우리 드라마의 본질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다섯 주인공의 케미스트리라는 공감이 저뿐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 리딩 이후부터 I의 성향인 듯한 수줍은 다섯 사람이 서로 친해지기 위해 뚝딱거리며 애쓰는 모습을 보며 귀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노력으로 이미 진심으로 친해져 버린 배우님들 덕분에 케미스트리를 연출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찐친이 되어버린 후반부에는 폭발하는 애드리브나 장난기를 통제하는 담임선생님의 기분을 느꼈던 유쾌한 기억도 있습니다. 다섯 어쏘뿐 아니라 대표님들과 건물주님조차도 너무나 사랑스럽고 열정적인 배우님들이셔서 늘 새로운 아이디어와 대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걸 보면 좋은 사람들을 모았던 것이 제 연출의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좋은 사람들이 영상 속에서 편하게 놀 수 있으려면 현장 분위기도 함께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언제나 편안하고 즐거운 현장을 만들기 위해 신경을 썼고 그 자연스러움이 시청자 분들께도 느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5. 학교폭력, 직장 내 괴롭힘, 월세 소송 등 실생활에 밀접한 사건들과 육아휴직, 접견변과 같은 현실적인 고민이 어우러진 스토리가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소재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일지, 사건들을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박승우 감독 : 기획 단계부터 잔잔하고 따뜻한 일상 드라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사실 우리 드라마 안의 사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불륜을 저지르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배우자 때문에 법정 싸움을 해야 하는 남겨진 두 사람의 이야기나 전세 사기를 당해 쫓겨 날 위기에 처한 가난한 학생, 오랜 간병 끝에 동생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와 학교폭력으로 벼랑 끝으로 몰렸던 피해자, 보이스 피싱으로 감옥에 가야 하는 도미경 씨까지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그러한 사건이나 인물들을 맞닥뜨린다면 그 고통은 감히 헤아릴 수도 없는 수준일 테니까요. 그 에피소드와 그 안의 인물들이 그저 도파민을 터뜨리고 소위 극성을 강화하는 소재로 소비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일들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분들이 이 드라마를 보더라도 다시금 상처가 되기보다는 따뜻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서초동'을 연출하며 많이 신경 썼던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이승현 작가 : 판타지적인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극적인 감정과 쾌감도 있지만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 안에서도 우리가 쉽게 놓치고 지나가는 극적인 감정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감정들을 포착해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특별하게 사회적인 이슈를 화두로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위주로 그 안에서의 딜레마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다만, 전하고 싶었던 감정은 서초동의 주인공들이 부당해 보이는 구조를 타파하고 깨부수는 영웅들은 아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작지만 따뜻한 마음들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6. 여러 장면 중에서도 주형과 희지의 홍콩 장면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둘의 로맨스 시작을 오래된 과거의 여행지로 선정하신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이승현 작가 : '서초동'은 어찌 보면 일에 찌든 사회인들의 이야기예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주형과 희지가 아주 순수한 상태였을 때,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고 꿈이 충만했을 때 먼 과거에 전혀 다른 장소에서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경험을 했기를 바랐어요. 10년 전 그때 당시에는 그 시기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몰랐을 거예요. 오늘날의 주형과 희지가 서초동에서 살아내는 현실이 있기에 10년 전 홍콩에서의 기억이 더 아름답고 소중했을 겁니다. 그 대비가 주는 힘을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7. 홍콩에서의 장면들이 아름다운 영상미로 많은 호평을 받았었는데요. 주형과 희지의 로맨스 텐션을 살리기 위해 연출적인 부분에서 고민하신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박승우 감독 : 아무래도 해외 촬영이다 보니 국내 촬영에 비해 일정이나 현장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본 촬영을 가기에 앞서 촬영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과 한 컷 한 컷 섬세한 부분들까지 완벽하게 미리 정하고 준비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장소도 달랐지만 시제로도 10년 전을 구현해야 했으므로 카메라의 필터와 조명의 방식까지 현재 시제의 드라마와 차별을 두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아마도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있을 '첫사랑의 설렘'과 '청춘의 풋풋함' 같은 것들을 표현하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희지와 주형의 홍콩 장면을 보며 시청자분들도 자신의 기억 속 어딘가에 있는 한 장면을 떠올리며 미소 짓거나 아직 어린 시청자분들은 언젠가 나도 저런 순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의 키스신은 홍콩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옆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장소를 찾아 헌팅을 돌아다니던 중에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촬영감독님이 불현듯 에스컬레이터의 기둥들 너머로 거리의 풍경을 찍으셨고, 그걸 보는 순간 '이 무빙컷이 우리 키스신의 메인컷이 되겠구나'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서구룡 공원에서 희지의 말을 주형이 오해하는 씬도 기억에 남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쉽지 않은 촬영이었는데 오히려 그 바람 덕분에 수줍고 풋풋한 두 청춘의 모습이 잘 표현되었고 그 씬의 두 사람의 투샷은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컷이 되었습니다.

8. 어쏘 변호사 5인방으로 분한 배우분들의 열연이 돋보였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서초동 법조타운 어쏘 변호사 5인방의 성장기를 함께 만들어온 다섯 배우의 연기 호흡에 대해 한 말씀해주신다면요?
박승우 감독 :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서로의 캐릭터에게까지 애정을 갖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섯 주인공이 각자의 캐릭터에 고마울 만큼 몰입해 주었고 덕분에 배우들의 본체로서의 친분뿐 아니라 캐릭터로서의 다섯 인물이 서로에게 가지는 따뜻함과 걱정과 애정이 잘 표현될 수 있어서 저 또한 이들을 찍으며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시청자분들도 그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쁩니다.
이승현 작가 : 전체 대본리딩을 하고 나서 배우분들께 그런 말씀을 드렸어요. 5명의 배우가 이 드라마가 끝날 때쯤엔 드라마 속 어쏘즈들처럼 실제로도 같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언제든 수다를 떨 수 있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실제로 배우분들끼리 금방 친해지신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그 호흡이 드라마 장면들에서도 그대로 고스란히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배우분들이 정말 캐릭터 그 자체로 보이는 순간들에 짜릿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9. '서초동'이 감독님과 작가님께는 어떤 드라마로 남았는지, 또 시청자분들에게는 어떤 드라마로 기억되었으면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박승우 감독 : 전체 대본리딩 자리에서 드렸던 말씀을 반복하자면 저는 드라마가 끝나고 우리의 인물들이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고 있기를 궁금해하고 걱정하고 안녕을 기원해 주는 드라마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마지막 회가 끝나고 나면 '서초동'의 주인공은 더 이상 5인방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나'까지 포함한 6인방이 되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좋은 친구들을 소개해드려서 뿌듯한 마음입니다. 저 또한 서초동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좋은 변호사 친구들이 생겨서 기쁩니다.
이승현 작가 : 언제든 위로와 공감이 필요할 때 다시 꺼내볼 수 있는 드라마로 남기를 바랍니다. 시청자분들에게도 그리고 저에게도요.
10. 마지막으로 '서초동'을 시청해 주신 분들을 향한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승우 감독 : 시청자분들의 반응을 열심히 검색해 보는 편이어서 여러분들의 따뜻한 응원들이 내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각자의 고민 속에서도 늘 즐겁게 살아가는 우리 주인공들처럼 여러분들의 일상도 늘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승현 작가 : '서초동'을 시청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드라마는 12화로 끝났지만 그 이후에도 시청자분들 각자가 상상하는 어쏘즈의 13화, 14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어쏘즈의 선택이 여러분에게 위로가 되고 조금이나마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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