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마치 오래 함께한 동료를 잃은 기분입니다.”
서울에서 일하는 30대 직장인 김민수(가명) 씨는 오픈AI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GPT-5’를 사용한 뒤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성능은 향상된 것 같지만, 이번 버전인 ‘GPT-4o’가 주던 따뜻함과 대화의 여유가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새 버전이 출시된 직후부터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사용자와 정서적으로 너무 떨어져 있다’는 불만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오픈AI는 지난 7일(현지시간) 챗 GPT의 신형 버전인 GPT-5를 공식 론칭하며 GPT-4, GPT-4o 등 기존 ‘o’ 시리즈를 전면 교체했다. 대화 난도와 맥락 복잡도에 따라 속도 중심의 ‘gpt-5-main’과 추론 특화 ‘gpt-5-thinking’ 시리즈를 자동 연결하는 실시간 라우터를 도입했다. 또한 오답률은 GPT-4o 대비 45%, 고급 추론 모델은 ‘o3’ 대비 80% 낮췄고, 박사(PhD) 수준의 전문 작업 처리와 문맥 이해 능력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 경쟁력도 크게 높였는데, 기본 모델은 입력 토큰 100만개당 1.25달러, 출력 토큰 100만개당 10달러로, 전작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이다. 초소형 모델 ‘나노’(Nano)는 각각 0.05달러, 0.4달러에 불과해 상용화 부담을 줄였다.

반면 최신 버전의 성능·가격 개선에도 실제 기존 버전을 사용했던 이용자들은 출시 초기부터 냉담한 반응을 쏟아냈다.
미국 초대형 소셜 뉴스 웹사이트인 레딧(reddit)과 X(옛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GPT-5가 기존 버전보다 기계적으로 변했다”, “대답이 짧고 재미없다” 등의 불만이 줄을 이었다. 일부는 “마치 뇌 손상을 입은 것 같다”며 가까운 동료 같이 대화를 주고 받았던 기존 버전에 비해 너무 딱딱한 기계식 답변이 주류를 이루는 것에 대해 일갈하는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GPT-5를 두고 “코딩·추론·환각 최소화 측면에서 진일보했지만 AGI(범용 인공지능)로의 도약은 아니다”라고 평가했고, 뉴요커(The New Yorker)는 “획기적 혁신이 아닌 점진적 개선”이라고 평가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출시 하루 만에 “GPT-4o를 챗GPT 플러스 사용자에게 다시 제공하겠다”며 사태를 진화하고 나섰다. 그는 “GPT-5의 성격을 조금 덜 날카롭게, 하지만 따뜻함은 유지하도록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장 오픈AI는 MIT 연구진이 제안한 ‘감정 지능 벤치마크’를 적용해 정서적 상호작용 품질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AI 업계 관계자는 “이제 AI의 평가는 속도·정확도뿐 아니라 ‘사람 같은 온기’까지 포함된다”며 “이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 상용 확산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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