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방송인 임성훈이 방송 진행 때문에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13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인천국제공항 야생동물통제대 남학수·남중수 대원과 시로 독립을 외쳤던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그리고 데뷔 50주년을 맞이한 국민 MC 임성훈이 출연했다.

이날 유재석은 "너무나 많은 방송을 했기 때문에 하나하나 이야기를 하려면 오늘 이 시간 가지고는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해야 한다. '순간포착 세상의 이런 일이'(이하 '세상에 이런 일이')를 무려 26년 간 진행하셨다. 방송 데뷔 50년의 거의 반 이상"이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세상에 이런 일이'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임성훈은 또 다른 MC 박소현과 함께 1998년 첫 방송부터 1279회까지 26년 간 진행을 맡았다. 임성훈과 박소현은 2018년 KRI한국기록원에 최장수 공동 진행자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에 유재석은 "선생님께도 참 뜻깊은 프로그램이지만 우리 대한민국 프로그램 역사에도 한 획을 긋는, 역사에 기록될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임성훈 또한 "남녀 MC로 나와 박소현 씨가 1회부터 그만둘 때까지 했다. 남녀 MC가 한 번도 바뀌거나 쉬지 않고 끝까지 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임성훈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는 깜짝 놀라고 재밌는 일도 많았지만 그것보다는 극한의 상황이 닥쳤을 때, 예를 들어 태어날 때부터 사지가 없는 분이 수영을 배우고 철인 3종 경기를 뛰기도 했다"며 "그분들의 살아가기 위한, 이겨내기 위한 자기와의 싸움 등에서 참 많이 배웠다. 그 프로그램으로 배운 게 참 많다"고 전했다.
그런 임성훈이 26년 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꼽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그는 "여동생 부부가 캐나다에서 사는데 어머니가 같이 사셨다. 내일이 녹화인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조카가 '할머니가…' 하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애가 말을 못 하더라. '왜? 돌아가셨니?' 하니까 '응' 그러더라"라고 회상했다.

임성훈은 정신없이 비행기 표를 알아보고 캐나다로 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멍하니 어머니 사진을 바라보다 마음을 바꿨다. 어머니가 평소 '방송을 했으니 너는 이제부터 1순위가 방송이고 2순위가 가정'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임성훈은 캐나다에서도 '세상에 이런 일이'를 챙겨보고 피드백을 주던 어머니였기에 "내가 오늘 가서 방송이 펑크 나면 어머니가 실망하시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방송국에 '내일 녹화 못 간다'고 전화를 했는데 다시 전화했다. 제작진이 괜찮다고 가라고 했지만 비행기표를 바꾸고 다음날 녹화하러 갔다"며 "밤새 울고 녹화하러 갔는데 눈이 말도 못 하게 부었다. 방송할 얼굴이 아니었다. 이를 악물고 방송을 했는데 마지막 아이템이 하필이면 어머니와 아들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걸 보는 순간에 참았던 눈물이 확 올라왔다. NG를 내고 잠깐 쉬었다 마음을 다시 먹고 녹화를 했다"며 "녹화가 끝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로 갔다. 가서 잘 모시고 마치고 왔다.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진짜 잘했다고 박수 쳐주실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임성훈은 "아버지도 생방송할 때 돌아가셨다. 딱 나왔더니 사람들이 응급실을 가라고 하더라. 갔더니 (아버지가) 안 계셔서 물어보니 이미 돌아가셔서 영안실에 계셨다. 돌아가셨다고 하면 운전하다 사고가 날까 봐 응급실이라고 했다더라"라며 "아버지도 어머니도 임종을 못 지켰다. 영 아들로서는 영 잘못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우리 어머니는 방송을 최우선이라고 하셨다. 어머니가 내가 방송하는 걸 되게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 어딜 가면 '우리 아들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얼굴을 다 안다'라고 했다"며 "그만큼 아들이 하는 일을 어머니가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 어머니 때문이라도 더 잘하고 싶었다. 실망 안 시켜드리려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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