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처럼 폐암만 정밀타격하는 ‘나노항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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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정주연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센터장 연구팀이 폐암 세포만을 정확하게 인식해 공격할 수 있는 ‘나노바디(Nanobody)’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정주연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센터장 연구팀이 폐암 세포만을 정확하게 인식해 공격할 수 있는 ‘나노바디(Nanobody)’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폐암 세포만을 정확히 인식해 공격하는 초소형 항체 개발에 성공했다. 항암치료로 인한 주변 세포 파괴 등 치료 부작용 문제를 해결, 보다 안전한 신규 암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정주연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센터장 연구팀이 폐암 세포만을 정확하게 인식해 공격할 수 있는 ‘나노바디(Nanobody)’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폐선암’은 전체 폐암 환자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조기 진단이 어렵고 치료 후 재발률이 높다. 이를 치료하기 위한 기존 항암제는 정상 세포까지 공격한다. 탈모, 구토, 면역력 저하 같은 부작용이 심각하다. 또한 약물이 암세포에 정확히 도달하지 못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생명연 연구팀은 초소형 항체 ‘A5 나노바디’를 개발했다. 일반 항체 크기의 10% 수준으로 작다. 때문에 몸속 깊은 곳까지 침투가 가능하다.

특히 새로운 나노바디 항체는 폐선암 세포에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인 ‘CD155’에 특이적으로 결합한다. 쉽게 말해 주변 세포엔 반응하지 않고 폐선암 세포에만 항체가 달라붙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나노바디 항체가 암세포의 이동, 침투를 50%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항암제인 독소루비신(Doxorubicin, DOX)을 담은 지방 성분으로 된 약물 캡슐(리포좀(Liposome))에 A5 나노바디를 결합한 ‘A5-LNP-DOX’를 개발했다. 마치 드론이 정밀하게 암세포를 겨냥해 약물을 전달하듯, 암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CD155 표적에 항암제를 정확하게 도달시키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A5-LNP-DOX는 기존 방식보다 암세포 내부로 전달되는 약물의 양이 최대 3배 이상 증가했다. 정상 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암세포 사멸 효과는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실험과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한 실험 결과 종양 크기가 70~90%까지 줄었다. 세포 사멸 지표도 크게 증가했다. 또한, 주요 장기인 간, 심장, 신장 등에도 손상이 나타나지 않아 부작용 우려도 거의 없는 매우 안전한 치료법으로 확인됐다.

연구책임자인 정주연 센터장은 “이번 연구는 암세포를 정밀하게 타겟팅하고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며 “폐암뿐 아니라 다양한 암에도 활용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향후 정밀의료 실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시그널 트랜스덕트 타겟 테랍(Signal Transduct Target Therap)’에 지난달 10일자 온라인 판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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