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전 세계적으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기업이 ‘제형 혁신’을 앞세워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는 체내 혈당과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모방하거나 활성화해서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약물이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 오젬픽,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 등이 있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약바이오사들은 주사제 중심의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구형, 패치형, 장기지속형 주사제 등 다양한 제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기간 체중 조절이 필요한 환자가 매주 또는 격주마다 스스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 때문이다.
디앤디파마텍은 미국 멧세라와 GLP-1 수용체 작용제 기반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주요 후보물질인 'MET-224o'은 디앤디파마텍의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 '오랄링크(ORALINK)'와 멧세라의 장기 지속형 'HALO' 기술이 적용됐다. 연내 4주 투여 결과 공개가 예정돼 있다.
또 다른 후보물질 'MET-097o'와의 병용 임상 1상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발표된 1상 결과에서 MET-097은 36일간 평균 7.5%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
일동제약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는 GLP-1 계열 경구 제형 'ID110521156'의 후속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공개한 4주 투여 연구에서 하루 한 번 복용만으로 최대 11.9%의 체중 감소를 보였으며, 5% 이상 체중 감량을 달성한 비율은 66.7%에 달했다. 회사는 다음 달 고용량 투여군을 포함한 임상 1상 톱라인 지표를 발표할 계획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해당 물질은 저분자 합성 화합물 기반으로, 내약성과 생산 효율성, 복용 편의성에서 기존 주사제 대비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디엑스앤브이엑스도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확정하고 독성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최근 동물시험에서 약동력학(PK) 특성, 포도당 내성(IPGTT), 사료 섭취량, 인슐린 분비 효능 등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내년 상반기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구형과 함께 주목받는 제형은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적용한 패치형 제제다. 마이크로니들은 피부에 미세한 바늘로 약물을 전달해 주사제와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도 통증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대웅제약은 팔이나 복부에 주 1회 부착하는 'DWRX5003'을 개발 중이며, 연내 임상 1상 진입과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실온 유통을 위한 안정성을 확보 중에 있으며, 비임상시험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마이크로니들 전문기업 라파스와 공동 개발한 'DW1022'로 임상 1상을 마쳤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패치형은 복약 순응도, 휴대성, 사용 편의성에서 주사제 대비 장점이 뚜렷해 향후 가정 자가 관리용 치료의 핵심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투여 간격 문제를 개선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기지속형 제형은 투여 횟수를 줄여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나 장기 치료 환자의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펩트론은 자사의 '스마트데포(SmartDepot)' 플랫폼을 활용해 4주 지속형 GLP-1 주사제 'PT403'을 개발 중이다. 이 플랫폼은 초음파 분무건조 방식으로 균일한 미립구를 제조해 장기간 안정적인 약물 방출을 구현하는 기술로, 약물이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는 원리다.
이 외에도 인벤티지랩은 미세입자 약물 전달 플랫폼 'IVL-드러그플루이딕(DrugFluidic)'을 활용해 4주 지속형 주사제 'IVL3021'를 개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구형·패치형·장기지속형이 실제로 개발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약 190억3700만달러(26조4300억원)였던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14.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8년에는 약 373억6710만달러(51조8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경구형·패치형·장기지속형 주사제 등 제형 다변화는 투여 간격과 복용 편의성 측면에서 기존 주사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제약사의 비만 치료제에 대응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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