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호주 해군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차세대 전술 구축함(모가미급) 11척을 발주하며, 계약 총액 약 65억 달러(약 9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수주를 사실상 확정했다. 일본 방산 기업이 전후 처음으로 대형 전투함을 수출하는 이번 계약은, 그 상징성과 실질적 의미 모두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방산 판도를 크게 흔들고 있다.

이번에 수주된 모가미급(FFM) 다목적 호위함은 최신 스텔스 성능, 무인 수상정 연동, 첨단 레이더·미사일 시스템 등 일본의 차별화된 함정 기술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호주 국방부는 입찰 결과 발표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제시한 기술력과 신뢰성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은 동맹간 안보협력, 생산망 통합, 기술이전까지 패키지로 제안하며 호주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호주는 대중(對中) 억지력, 미일 동맹 연계성 등 전략적 측면을 고려해 일본 안을 최종 선택했다.
이번 수주는 일본 정부가 평화헌법 해석과 방위장비 이전 원칙을 실질적으로 전환하며, 자국 방위산업 정책의 역사적 분기점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서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동아시아 안보 환경 변화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비공격적' 방산정책을 표방해왔으나, 최근 자위대 장비의 해외 이전 범위를 확대하며 군사대국화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이번 호주 함정 수주는 자국 방산 정책 전환이 구체적 성과로 나타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방산업계와 정부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한국은 K-9 자주포, 잠수함, 전투함 등 다양한 무기체계로 호주·인도네시아·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두드러진 수출 실적을 쌓아왔다. 특히 호주와는 2021년 K-9 자주포(AS9) 현지 생산 및 기술이전 대형계약을 성사시키며 실질적 시장 우위를 점했던 터라, 이번 일본의 진출은 한국 입장에서는 강력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 제시한 첨단 생산관리, 기술 혁신, 그리고 미쓰비시중공업 등 대형 조선-전자기업의 조직력과 납기준수 역량은 호주 측의 신뢰를 얻는 데 크게 작용했다. 그동안 한국 방산기업들은 빠른 납기와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력, 대형 프로젝트 수행경험, 우수한 품질관리, 유연한 고객 대응 등 복합적 경쟁력을 무기로 아시아-태평양 방산시장을 선도해왔다. 이번 수주로 앞으로는 한일 양국이 기술력, 생산관리, 고객 맞춤형 솔루션 등 다방면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호주와 일본의 협력에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깊게 깔려 있다. 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구도 속에서 일본이 핵심 군수파트너로 포함되면, 한미일 3국 안보협력 내 한국의 위상 변화도 불가피하다. 만약 호주와 일본이 군수 표준·기술을 공유해 미국식 방산규격으로 표준화가 가속화된다면, 한국 업체들은 무기체계 호환성, 국제 표준 충족 등 추가적인 대응 과제를 안게 된다. 경쟁은 단순한 가격·납기에서 기술 표준, 글로벌 연합 네트워크까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일본의 국제 방산시장 본격 진출은 과거 군사대국화 우려와 맞물려 한국에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 향후 방산 수출 대상 확대와 평화헌법 추가 완화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일본의 무기 수출이 동남아, 중동 등지로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동아시아 전체 안보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 방산업체들은 기존의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력, 대형 프로젝트 수행 경험, 우수한 품질 관리, 유연한 고객 대응력 등 다양한 강점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 앞으로는 첨단·고부가가치 기술 개발, 국제 인증·규격 확보, 현지 네트워크 강화 등 전방위적 역량을 함께 키워야 할 시점이다.
특히 호주 등 기존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와 성과를 기반으로, 기술 혁신과 맞춤형 솔루션, 신속한 납기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내 핵심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미·일·호주 연합 구도 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정부·업계·연구기관의 긴밀한 협력 역시 필수적이다.
이번 일본의 대형 군함 수주는 아태 방산 지형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국제 방산 시장에서의 부상은 한국에도 위기이자 기회다. 대한민국 방산 업체들이 단순히 뛰어한 성능을 넘어 가격과 납기, 정부차원의 적극적 지원과 함께 통합적인 수출 전략 강화가 요구되며, 해외 수주전에서 한국 주요 조선사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일본처럼 ‘원팀’으로 움직이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급변하는 안보 및 방산 환경에 맞서, 한국이 주도적 위치를 지키려면 더욱 치밀한 전략과 노력이 요구된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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