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 트라우마 아닌 유전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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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밴더빌트대학 메디털센터 연구팀이 언어 장애인 '말더듬'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나 가정 환경 때문이 아닌 유전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언어 장애인 '말더듬'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나 가정 환경 때문이 아닌 유전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밴더빌트대학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에 말더듬과 관련된 57개의 영역(유전자좌)를 새롭게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100만명 이상의 유전체를 분석한 메타 연구 결과다.

말더듬은 음절·단어의 반복, 발성 지연, 불연속적인 말 흐름을 특징으로 하는 대표적 언어 장애다. 유전성이 강하지만, 지금까지 명확한 유전적 구조는 밝혀지지 않아 원인과 치료에 대한 오해가 끊이지 않았다.

말더듬은 대부분 2~5세 아동기에 시작되며, 약 80%는 언어치료 여부와 무관하게 자연 회복된다. 하지만 성인까지 증상이 지속될 경우 교육, 취업, 사회적 관계 등 삶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준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괴롭힘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져 우울증, 자살 사고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까지 말더듬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으며, 언어·행동 치료, 기술 기반 개입 등이 보조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으로 성별, 혈통에 따라 말더듬에 영향을 미치는 공유 유전변이와 개별 유전변이를 모두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중 일부 유전자는 자폐증, 우울증, 음악성 등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제니퍼 빌로우 교수는 “왼손잡이, 유년기 트라우마, 어머니의 양육 방식 등 말더듬의 원인을 둘러싼 오해가 수백 년간 이어져 왔다”며 “이번 연구는 말더듬이 가족 문제나 개인 결함이 아닌, 유전적으로 규정된 생물학적 특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공동저자이자 연구원인 딜런 프루엣 박사는 직접 말더듬을 겪고 있는 당사자로서 연구에 참여했다. 그는 “이 연구를 계기로 낙인을 지우고, 미래에는 유전자 기반 치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이 연구는 말더듬의 분자 병인에 대한 이해를 알리고 발달성 언어 장애에 대한

정밀 치료의 미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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