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이정후는 공을 맞히는 능력(Bat-to-ball)이 있다. 결국 공을 찾아낼 것이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긴 슬럼프를 끊는 모양새다. 그 뒤에는 밥 멜빈 감독의 조언이 있었다.
이정후는 4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에 위치한 시티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7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석 4타수 4안타 1볼넷 2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1경기 4안타다. 종전 기록은 3안타다. 2024년 1회, 2025년 7회 있었다.
최근 흐름이 말 그대로 미쳤다. 8월 3경기에서 12타수 7안타 타율 0.583을 적어냈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이정후가 3~4월 보여줬던 모습과 흡사하다. 매 경기 2루타를 뽑아내고, 삼진은 하나도 없다. 범위를 15경기로 넓혀도 타율 0.316(57타수 18안타)으로 준수하다. 삼진은 단 2개다.
이정후는 첫 타석 2-유간을 뚫어내는 안타를 뽑았다. 이후 도루를 시도,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기도 했다. 두 번째 타석은 몸쪽 커터를 때려 2루수 옆을 스치는 안타를 작성했다. 세 번째 타석은 6구 승부 끝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쳤다. 네 번째 타석은 볼넷을 골라냈고, 다섯 번째 타석에서 좌익수 방면 2루타로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미국 언론도 이정후의 활약에 환호를 보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는 올 시즌 많은 시간 동안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일요일(4일)에는 4안타 외에도 볼넷과 도루, 2득점을 추가했다. 이번 주말 3경기에서 12타수 7안타, 10차례 출루를 기록하며 타격감이 살아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디 애슬레틱'은 "이정후는 커리어 첫 4안타 경기를 기록했고, 5번 출루했으며, 도루 도중 상대의 악송구를 유도해 혼란을 야기했다. 자이언츠가 2년 전 그에게 1억 1300만 달러를 투자하며 기대했던 그 모습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이정후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때때로 타구 질이 약해지는 구간이 있을 때, 멜빈 감독은 그가 지난 2년 동안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지난해 5월 탈구된 어깨로 데뷔 시즌이 중단됐고, 그 이전 키움 히어로즈에서의 마지막 시즌 역시 발목 골절로 절반 이상을 결장했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밀어치기'다. 시즌 초반 이정후가 2루타를 쏟아내자 투수들은 바깥쪽 위주 승부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정후는 집요한 바깥쪽 승부에 고전했다. 억지로 공을 잡아당겨 약한 땅볼이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7월을 기점으로 밀어치는 타구가 늘기 시작했고, 이는 8월 대폭발로 돌아왔다.
'디 애슬레틱'은 "멜빈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이정후에게 주루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타구 속도를 높이도록 독려하면서도, 너무 당겨치기에만 의존하지 말고 스윙을 간결하게 가져가라는 메시지를 번갈아 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전으로 이정후의 '컨택 능력'을 살리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이날 4회 두번째 타석이다. 1사 1루에서 멜빈 감독은 히트 앤 런 사인을 냈고, 이정후는 깔끔하게 안타를 뽑았다. 1루 주자 케이시 슈미트도 3루로 향했다. 이정후의 작전 수행 능력에 힘입어 샌프란시스코는 4회에만 대거 3점을 뽑았다.
멜빈 감독은 "결정을 타자 손에서 빼앗는 것이다. 무조건 스윙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정후는 공을 맞히는 능력 있고, 결국 공을 찾아낼 것이다. 타격이 썩 좋지 않을 때는 그런 선수가 이런 작전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이 간과하지만, 이정후는 올해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다. 아직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멜빈 감독이 특유의 지도력으로 이정후를 돕고 있다. 멜빈 감독의 지도하에 이정후는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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