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고객을 기억하는 기술" 박찬우 매스어답션 대표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구매는 했는데, 누가 샀는지 모르는 거예요. 브랜드가 고객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고객이 어떻게 다시 찾아오겠어요?"


박찬우 매스어답션 대표의 말은 단호했다. 고객 경험이 브랜드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 그는 현재 대다수 브랜드가 고객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마케팅하는 현실을 문제 삼는다.

자사몰은 물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무신사 △카카오 채널 △오프라인 매장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접점이 생겼지만, 정작 브랜드는 '누가 우리를 찾았는가'를 파악하지 못한다. 채널별로 흩어진 고객 정보는 결국 관계의 단절로 이어진다.

박 대표는 이런 기억의 단절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봤다. 지난 2021년 그는 고객과의 연결을 기술로 복원하겠다는 목표로 고객 관계 관리(CRM) 기반 스타트업 '매스어답션'을 창업했다. 그리고 이듬해, 브랜드가 고객 관계를 스스로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 '버클(Vircle)'을 세상에 내놨다.

"기존 CRM이 고객 정보를 단순히 저장하는 툴이었다면, 우리는 브랜드가 고객 관계를 능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운영체제(OS)를 만들고 싶었어요."

◆관계를 설계하는 기술, CRM의 새로운 역할

매스어답션이 주목한 핵심은 고객 데이터를 한데 모아 관계를 이어주는 구조다. 박 대표는 CRM이 단지 고객 정보를 쌓는 창고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고객이 어떤 경로로 들어와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하나의 맥락으로 읽어내야 해요. 그래야 누군가를 안다고 말할 수 있죠."

이를 가능케 한 것이 'Vircle Connect' 기능이다. 고객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운동화를 구매하고, 무신사에서 같은 브랜드 바지를 주문한 후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서 이벤트에 참여해도, 기존 시스템은 이 세 행동이 같은 사람의 것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Vircle Connect는 이같은 다채널 고객 행동 데이터를 하나의 통합 프로필로 묶어 브랜드가 고객을 전체 흐름 안에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고객을 다시 만나고 싶다면, 브랜드가 먼저 고객을 기억해야 해요. 우리는 그 기억을 설계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버클은 고객과의 즐거운 상호작용을 브랜드가 직접 기획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포토카드, 럭키드로우, 랜덤박스 같은 이벤트는 'Vircle Engage' 기능을 통해 개발자 없이도 구현할 수 있다.

"요즘 소비자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브랜드와 논다는 경험을 원해요. 그 놀이터를 브랜드가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인공지능(AI) 기반 'Vircle CRM'은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적절한 타이밍에 메시지를 자동 발송한다. 구매 3일 후 후기 작성을 유도하거나, 일정 기간 방문하지 않은 고객에게 리마인드를 보내는 방식이다. 'Vircle Insight'는 이탈 위험이나 충성도를 실시간 리포트로 보여준다.

"단순히 데이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고객 경험을 운영할 수 있는 실질적 도구가 되는 것이죠."


◆제품 구매 후에도 관계는 계속된다

특히 주목할 기술은 '디지털 보증서'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한 후에도, 이 보증서를 통해 △A/S 신청 △사용법 안내 △후기 작성 △브랜드 콘텐츠 수신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하나로 관리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설계돼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또한 브랜드는 합법적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관리할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한 뒤의 시간도 브랜드 경험이 돼야 해요. 고객이 브랜드로부터 기억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다시 찾아옵니다."

실제로 디지털 보증서를 발급받은 고객의 재구매율은 일반 고객 대비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RM은 이제 기억의 기술이 됐어요. 단순히 파는 것보다, 관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매스어답션의 기술은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과를 입증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팁스'에 최종 선정되며 연구개발과 사업화 자금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브랜드 멤버십 기능 중심 플랫폼을 고도화했다. 

또한 같은 해 디지털 보증서를 '브랜드 전용 지갑'으로 확장하며, 고객 스탬프 적립·설문·콘텐츠 전달 등 커뮤니티형 CRM 기능도 강화했다. 올해는 에이벤처스와 J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UBS증권, 딜로이트컨설팅, 피플펀드 등을 거치며 산업 전반 문제를 데이터로 풀어온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창업 이후,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에요. 진짜 중요한 건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지에 대한 집요함과 태도입니다."

현재 매스어답션 팀은 약 20명 규모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창업 경험자 출신이다. 고객사 요청에 즉각 대응하는 민첩함도 이들의 강점이다.

한 브랜드가 팝업스토어 웨이팅 시스템을 요청하자, 닷새 만에 자체 솔루션을 개발해 납품했다. 단순 예약 기능이 아닌, 대기 시간을 브랜드 콘텐츠로 전환하는 방식의 설계가 특징이다.

"우리는 고객사와 함께 계속 실험하고 학습하면서 플랫폼을 키워갑니다. 기술이 아니라 관계를 만든다는 감각이 중요하죠."


◆브랜드 팬덤을 만드는 OS, 매스어답션의 다음 챕터

현재 매스어답션은 △아더에러 △호카 △룰루레몬 △헌터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중이다. 룰루레몬과 함께한 글로벌 요가 이벤트에서는 예약·결제·입장 체크인·사후 설문까지 모든 과정을 버클이 담당했다. 설문 응답률은 60%에 달하며, 이는 기존 대비 6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박 대표는 버클이 단순한 CRM 툴이 아니라, 브랜드가 팬덤을 만들어가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

"좋은 브랜드는 철학이 있고, 그 철학을 고객에게 잘 전달하는 방식이 있어야 해요. 우리는 그 과정을 기술로 도와주는 회사입니다."

기억은 관계의 시작이다. 그리고 매스어답션은 그 기억을 데이터가 아닌 경험으로, 기술이 아닌 태도로 만들어가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기억하고, 그 기억 위에 다음 경험을 쌓아가는 거예요. 브랜드가 그렇게 기억을 쌓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계속 도구를 만들 겁니다."


Copyright ⓒ 프라임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스타트업] "고객을 기억하는 기술" 박찬우 매스어답션 대표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