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거래소가 주식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면서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한편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29일 증권사에 KRX 거래시간 연장 관련 의견을 수렴했다.거래소는 이르면 연내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거래 시간은 현행 오전 9시~오후 3시30분이다. 12시간 거래를 도입하면 거래시간이 오전 8시~오후 8시로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NXT)와 같다.
NXT는 지난 3월 출범해 점유율을 빠르게 올렸다. NXT 거래대금 비중은 4% 안팎 수준이었으나 불과 4개월 만인 지난달 30%를 넘어섰다. 거래 가능한 종목이 전체 상장 주식의 30% 수준임에도 성장세가 거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식거래 시간이 연장될 경우 자본시장 활성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시대 공약에 발맞춘 행보라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최근 고점을 돌파하면서 거래대금도 늘어나고 있어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며 “거래시간을 늘리면 투자자들이 더욱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이 거래시간을 연장하고 있어 국내 거래소도 글로벌 흐름에 따라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일일 거래시간을 현행 16시간에서 22시간으로 늘릴 방침이다. 나스닥도 내년 하반기부터 24시간 거래를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만 거래시간이 짧으면 다른 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일어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거래시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체거래소가 존재하는 만큼 무용지물이란 의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익이 없는데도 NXT에게 밥그릇을 뺏기지 않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며 “이미 NXT를 통해 12시간 거래가 가능한데 굳이 거래소까지 도입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 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래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코스피 시장이 매력적이면 거래시간과 무관하게 거래대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근로시간 증가를 비롯해 인건비와 전산 구축 비용 등도 늘어나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지난 22일부터 거래소 서울사무소에 근조 현수막을 걸고 “협의 없는 독단적 거래 시간 연장에 증권업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운명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매매시간 연장은 증권노동자의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며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 4.5일제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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